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구멍난 아기 옷·김정은 교시 문건...北 오물풍선서 드러난 극심한 생활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통일부는 지난 4일부터 11일 사이 수집된 북한의 오물풍선 약 70여 개 분량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통일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9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살포한 오물풍선에는 ‘기획성 쓰레기’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물풍선 부양을 위해 일정한 크기의 쓰레기를 급조한 셈이다. 여기엔 북한 주민이 처한 생활고가 그대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24일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 70여 개를 수거·분석해 출입 기자단에 배포한 ‘북한 살포 오물분석 결과’ 참고자료에서 “일반 쓰레기보다는 일정한 크기의 폐종이·비닐·자투리천 등 급조한 것으로 보이는 소위 ‘살포용 쓰레기’가 다수였다”며 “페트병의 경우, 라벨, 병뚜껑 등을 제거해 상품정보 노출을 방지한 흔적을 확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난을 보여주는 ‘생필품 쓰레기’도 발견됐다. 통일부는 “북한 내부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쓰레기가 다수 식별됐다”며 “특히 아동용 의류와 양말도 심각하게 낡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몇 번씩 기워 신은 양말” “옷감을 덧대어 만든 장갑” “옷감을 덧대어 만든 마스크” “옷감 두 장을 덧대어 만든 티셔츠” “구멍 난 유아용 바지” “발가락이 훤히 보이는 유아용 양말” 등의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북한이 살포한 토양에선 기생충이 검출되기도 했다. 통일부는 “오물을 전문기관에서 분석한 결과에 오물 내에 포함된 토양에서 기생충(회충, 편충, 분선충 등)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양에서 사람 유전자도 발견된 것은 이런 기생충들이 인분으로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토양매개성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는 등 비위생적 생활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건환경 후진국에서 식별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통일부는 지난 4일부터 11일 사이 수집된 북한의 오물풍선 약 70여 개 분량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통일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은 쓰레기를 통해서도 대남·대미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2000년부터 북한에 의류를 지원해 온 한국 업체의 브랜드 천 조각과 한국산 넥타이, 청재킷 등을 가위 또는 칼로 심하게 훼손했다.

풍선 내에서는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 ‘미키마우스’. 일본 산리오사의 ‘헬로키티’ 등 캐릭터를 복제한 모조품도 다수 발견됐다. 특히 청바지(스키니진) 등 북한 당국이 반사회주의 금지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품목도 식별됐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오물풍선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고 존엄’ 관련 문건이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의 표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 등이 적혀있는 문건 등이다.

북한 형법(64조 등)에 따르면 ‘수령 교시 문건 훼손’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이런 문건까지 쓰레기와 담아 보낸 건 단시간에 풍선 물량 공세를 펼치기 위해 급하게 폐기물을 끌어모았단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조선비즈

통일부는 지난 4일부터 11일 사이 수집된 북한의 오물풍선 약 70여 개 분량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통일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재원 탕진과 비현실적인 계획경제 복원 등 조치로 인해 주민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며 “특히 한국의 대북지원 물품을 오물풍선에 포함한 건 ‘적대국 교전국’이란 대남기조를 부각하는 동시에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