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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가계대출 쓸어담는 ‘인뱅’에 화들짝…4대 은행 “기업금융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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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비대면 갈아타기 통해
인터넷은행으로 대거 빠져나가
시중은행은 대기업 대출 집중
올해 들어 16조 크게 늘어


매일경제

서울의 한 거리에 주요은행 ATM기기가 설치되어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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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치열한 기업금융 경쟁을 벌이는 배경에는 한계점이 분명한 가계대출 증가가 있다.

가계대출은 금융당국이 국가 전체 금융안전성 측면에서 특별히 엄격하게 관리하고 들여다보고 있는 분야이기에 시중은행 입장에선 금리 등 여러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또 올해 초 도입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해 시중은행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관련대출 상당수가 금리가 저렴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동하는 등 주담대 무게중심이 시중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쏠리고 있는 추세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기업여신 잔액은 664조2220억으로 작년 12월 말과 비교하면 32조9373억원이 늘어났다.

특히 기업대출 중에서도 우량대출로 분류되는 대기업대출 잔액은 그야말로 폭증했다. 작년말 116조9593억원이었던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5월 말 132조9534억원으로 16조원 가량 늘었다. 5개월만에 잔액이 13.7%나 증가했다.

은행이 대출을 내어줄 때 중요한 고려요인이 되는 위험가중자산(RWA) 비중을 산정할 때 대기업 여신은 상대적으로 위험치가 낮은 것으로 분류된다. 기업여신 가운데서도 4대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린 이유다.

지난 1분기 ELS(주가연계증권) 충당금 이슈로 제대로 기업여신 영업을 하지 못하다가 2분기 들어 기업금융 대전에 뛰어든 KB국민은행의 경우에도 일단은 자산건전성이 최우선 과제인만큼, 대기업대출 IB(투자은행)부문과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우량한 차주를 중심으로 기업여신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업여신은 대기업위주가 될 수 밖에 없지만, 중소·중견기업의 경우에도 투자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우량차주를 중심으로 여신영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역시 대기업을 비롯한 우량기업 위주로 기업금융 영업을 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단계에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다보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은 대기업대출에 비해 절대 금액 증가폭(16조9432억원)은 컸지만 증가율로만 보면 작년 12월 말 대비 올해 5월 말 3.3%로 대기업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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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작년부터 기업금융 부문에서 무섭게 치고 나온 하나은행의 경우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과 자영업자 틈새를 파고든 케이스다. 하나은행이 작년 5월까지만 해도 기업여신 잔액 3위였는데, 1위를 바짝 추격하는 2위까지 올라간 것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 확대 영향이 컸다.

하나은행은 법인 특판 ‘하나중견기업 밸류업대출’을 5조원 한도로 시행하고, 의사나 변호사 등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문직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특판 ‘전문직 내사업장 마련 더블업대출’을 3000억원 한도로 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위인 KB국민은행 대비 하나은행이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많다는 것”이라면서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이 확 늘어난데 비해 가계대출 잔액은 상대적으로는 덜 늘었다. 4대 시중은행의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은 560조8542억원이었는데, 올해 5월 말 569조1170억원으로 8조2628억원 늘어났다.

가계대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는 12조8577억원이 늘어났다. 신용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담대 잔액이 늘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다만 7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돼 강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만큼, 6월에 일시적으로 ‘막차수요’가 몰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상당수는 하반기에 가산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등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더 빠듯하게 할 수 밖에 없어서 기업금융 경쟁은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담대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도 시중은행 입장에선 기업금융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주담대 잔액(전월세대출 포함)은 31조3960억원으로 지난해 말(26조6260억원)에 비하면 3개월새 4조7700억원이 늘었다.

주택관련 대출 잔액이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15배에 가까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주담대 잔액이 작년 말과 비교했을 때 6조9638억원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 쪽으로 주담대 시장이 쏠리기 시작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주담대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하기 어려운 대기업 등을 상대로 한 기업금융 영역은 시중은행 입장에선 마지막 남은 보루인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이나 자영업자 대출은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이 나오고, 독려하는 프로그램이라 연체율 관리만 잘한다면 시중은행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주담대보다 훨씬 더 매력적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급증한 대기업대출 관련해선 “우량대출이 맞고, 은행에서 가져가고 싶은 대출이겠지만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대기업대출 시장에선 당분간 은행간 출혈경쟁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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