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마트폰 만들기 어려운 이유
너무 완성도 높은 기존 앱 생태계
앱 대신 'AI' 쓰게 만드는 게 관건
AI 스마트폰 전성시대…트렌드는 '진입장벽 낮추기'
애플이 내놓은 '애플 인텔리전스' 인공지능(AI) 시스템 [이미지출처=애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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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너도나도 AI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을 내놓고 있습니다. 삼성이 '갤럭시 인텔리전스'로 스타트 라인을 끊었고, 애플도 최근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노트북에 AI 코파일럿 기능을 이식해 내놓기로 했습니다.
인텔리전스 부류의 서비스는 생성형 AI를 기존 앱 시스템에 이식한 겁니다. 브라우저의 검색 기능을 AI로 최적화하는 등, 보조적인 수준에 그칩니다. 이건 어느 정도 제작사의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AI는 아직 소비자 대다수에게 낯선 분야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낯선 제품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앱에 보조적인 AI 기능부터 탑재함으로써 점차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셈법입니다.
너무 완성도 높은 앱 생태계…AI 전환의 진짜 걸림돌
삼성의 AI 시스템인 '갤럭시 인텔리전스'의 사례 [이미지출처=삼성전자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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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I가 앱의 보조 기능 수준에 그친다면, 스마트폰이 진정으로 'AI 혁명'을 거쳤다고 말할 순 없을 겁니다. 결국 전체 스마트폰 사용량 중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할 거고, 그럼 하드웨어 구성에서 AI 프로세서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수 없겠지요.
이 문제는 IT 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달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6개 국가 시민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상적으로 '챗GPT'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단 2%에 불과했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챗GPT를 자사 소프트웨어에 통합하고, AI 추론 인프라에 수조원을 쏟아붓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로 미미한 사용률입니다.
결국 AI 보편화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앱 생태계가 너무 완성도 높다는 데 있습니다. '마켓 플레이스에서 앱을 다운로드받고, 앱을 실행해 원하는 기능을 불러오는' 과정을 굳이 챗GPT로 대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앱이 AI 챗봇에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편하고, 빠르고,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합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한 뒤로 현재까지 앱에 기반한 전자기기 생태계는 지금껏 한 번도 변한적 없습니다.
AI가 앱을 삼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AI가 앱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더 버지'는 앱 생태계를 AI로 대체한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UI) 데모 사례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데모들은 2020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낫씽'에서 만든 것으로, 휴대폰 시작 화면에서 앱을 모두 없애고 챗GPT를 이식한 음성 비서만 남긴 버전, AI가 각 이용자에게 사용할 앱을 맞춤형 추천으로 띄워주는 '동적 홈 화면' 버전 등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디자인 스타트업 '낫씽'이 제안한 '동적 홈 화면'(위)과 '멀티 모달 AI' 사례. [이미지출처=낫씽] |
미래의 스마트폰 인터페이스가 모두 이렇게 전환될 거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새 휴대폰을 설계하려는 기업들은 결국, 한 가지 목표를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에게서 앱 대신 AI를 사용하게 하냐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낫씽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칼 페이는 더 버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앱이 화면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앱을 실행하는 방법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축약했습니다.
결국, AI 혁신은 더 강력한 프로세서나 메모리, 심지어 전자기기 폼 팩터(Form factor)의 형태 그 자체도 아닌, UI에서 시작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UI이기에 애플,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최첨단 하드웨어와 달리, 디자인과 편의성은 창발성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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