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中알리, 발암물질 이어 쿠팡 ‘로켓배송’ 제품 도용해 판매…토종업체 경쟁력 갉아먹힌다 [일상톡톡 플러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쿠팡이 직접 수입해 로켓배송합니다!” 문구 도용해 ‘알리’서 판매

“위해상품 유통 차단” 약속에도 문제 확산…토종업체 형평성 논란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 익스프레스가 쿠팡이 직수입해서 판매하는 로켓배송 수십종을 도용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에 대한 조사 역시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배우 마동석 씨가 알리익스프레스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 들어 각종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을 빚은 알리가 쿠팡이 앱에서 판매하는 공기 청정기나 캠핑 의자, 머그컵 등 다양한 상품의 이미지와 상품 소개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도용했다는 것이다.

알리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와 “위해 물품 유통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단순 가품 상품을 넘어 타사 상품을 그대로 도용하는 문제가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 직구업체 물건에 관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자사 모바일과 홈페이지에 쿠팡이 중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상품 수십종을 도용해 게시해 판매 중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과 상품 소개를 똑같이 소개하면서 2~3일 소요되는 일반 택배배송으로 ‘짝퉁 로켓배송’ 상품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에서 직수입한 ‘접이식 선반’ 상품을 누르면 상품 정보란에 “쿠팡이 직접 수입했어요!”라는 문구와 제품 사진과 설명, ‘로켓배송’ 로고가 달린 이미지가 뜬다. 쿠팡이 앱에서 안내하는 ‘해외 수입상품도 로켓배송 혜택 그대로!’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한다’ ‘쿠팡이 직접 수입한다’는 문구도 그대로 도용했다.

해당 상품에는 누가 판매자인지 소개하지 않았다. 쿠팡이 직수입한 ‘포트메리온’ 컵 상품도 컵 이미지와 상품 소개, 로켓배송이 된다는 이미지가 도용됐다. “이 상품은 포트메리온 그룹과 정식 계약을 통해 쿠팡이 직수입한 제품이다”는 문구는 물론, 제품명과 수입판매원도 ‘쿠팡 주식회사’로 표시돼 있다. 포트메리온은 올 들어 쿠팡이 새롭게 수입 브랜드로 로켓배송에 런칭한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상품을 베껴 판매하는 경우는 그동안 알리 등 중국 업체에서 빈번하게 나왔지만, 타 유통사 소유의 상품과 상품 이미지 등을 그대로 도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특히 하루 만에 배송되는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을 배송이 느린 오픈마켓 택배로 판매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세계일보

알리익스프레스에 쿠팡을 검색하면 다양한 '로켓배송' 제품이 노출된다. 알리익스프레스 판매사이트 캡쳐


쿠팡은 “해당 상품은 당사의 상표 및 당사에서 촬영 및 제작한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해 상표권 및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쿠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당 상품 및 유사 상품 판매 중단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직매입하는 상품에 대한 상표권과 저작권 침해 소지가 높다는 뜻이다.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직구업체들이 “위해상품 등의 유통을 차단하겠다”는 약속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가품이 유통되고, 판매 물품에서 발암물질·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지속 검출되자 공정위는 지난달 13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자율 제품 안전 협약'을 체결했다. 위해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차단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 일각에선 “강제성이 없는 자율협약 형태로는 중국 업체들의 가품·유해상품 판매를 막을 수 없다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올 들어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에서 판매하는 해외 직구 화장품이나 어린이 물놀이용품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알리, 테무 등 3개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화장품과 어린이제품, 차량용방향제, 이륜자동차 안전모 등 88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27개(30.7%) 제품이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물놀이용품 등 어린이제품 28개 가운데 11개(39.3%)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가소제, 중금속, 방부제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이밖에 ‘헬멧’, 스티커북, 어린이 신발 등 다양한 상품이 판매 부적격 판정을 받아왔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구매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2% 늘었고 미국(1조9000억원)을 크게 상회했다.

알리와 테무는 올 들어 한국 시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경협은 “위해 식·의약품, 가짜 상품, 청소년 유해매체, 개인정보 침해 등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 온라인플랫폼의 소비자보호의무 이행현황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유통업계 일각에선 지나치게 느슨한 정부의 알리, 테무에 대한 유통상품 제재가 토종업체들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정부가 정한 유통금지 상품 목록을 준수하며 수시로 모니터링해 문제 상품을 적발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인터넷쇼핑몰을 통한 판매금지 또는 판매제한 물품’ 명단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은 상표권과 저작권 침해·총포 도검 금지·의료기기·안전인증 거친 전기용품·생활용품·어린이용품, 청소년유해 음란물 등 약 15가지에 이르는 법으로 문제 상품의 판매를 원천 제한하거나 조건부 허용(인증 및 승인)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상품은 물론, 핵심 서비스까지 도용해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은 유통상품 통제를 받지 않는 반면, 토종업체는 받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크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은 "알리와 테무의 통신판매자 신고 의무 위반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조만간 상정할 계획"이라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역시 7월 중 조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실제 판매된 적이 없는 가격을 정가로 표시하고, 이를 할인하는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속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테무는 애플리케이션 설치 시 상시로 쿠폰을 제공하면서 특정 기간 내에만 쿠폰을 주는 것처럼 광고한 행위와 관련해 조사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최근 쿠팡 'PB(자체 브랜드) 부당 우대' 사건 제재와 관련해 "온라인 쇼핑몰을 포함해 플랫폼 시장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혁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외 기업 구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위의 위법성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정명령 이행 방안을 의결서에 담아 통지할 예정"이라며 "관련된 피심인과의 다툼은 법원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