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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3 (화)

‘무기한 휴진’ 선언 후 날아든 화살…의협, 의료계 아우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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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나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의사들이 살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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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구설에 오르고, 의료공백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들과는 대립각을 세우며 마찰음을 내고 있다. 의협 내부에서도 독선적이란 우려가 뒤섞이는 가운데 정부의 압박 수위는 거세지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현택 의협 회장이 지난 18일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대정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궐기 현장에 함께한 의대 교수나 시·도의사회장 등 임원들과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돌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은 “처음 듣는 얘기다. 우리가 장기판 졸인가”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무기한 휴진은 임 회장 1인의 깜짝 쇼로 발표할 내용이 아니다”라며 “매번 이런 식의 독선적·일방적 회무가 단일대오를 무너뜨리고 투쟁을 실패로 이끌며 회원들의 분열과 허탈감을 크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기대에 못 미친 휴진 참여율은 임 회장의 리더십을 크게 흔들었다. 무기한 휴진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휴진 관련 투표에서 강경 투쟁을 지지한다는 회원들의 응답이 90.6%로 ‘역대급’이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정부가 집계한 휴진율은 14.9%에 그쳤다. 2020년 총파업 당시 첫날 휴진율인 32.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선 개원가에선 “무기한 휴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투쟁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맘카페와 환자·소비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휴진 병·의원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는 상황도 부담이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환자를 외면한 병·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이용 거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휴진 장기화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며 피케팅 시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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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된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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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휴진도 무리가 따르는데 무기한 휴진에 나설 명분도, 이득도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은평구 정신건강의학과 A원장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개원의들도 부담이 커진다”라며 “특히 개원한지 얼마 안 된 의사들은 환자 한 명이 귀해 휴진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신경과 B원장은 “하루하루 치열한 병원이 있고 당장 치료가 급한 환자도 많다”면서 “의협의 선택을 마냥 지지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간 임 회장의 입은 많은 논란을 불렀다. 그는 지난 8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를 두고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발언해 뭇매를 맞았다. 지난달엔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집행을 막아달라는 항고심에서 법원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담당 부장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정부 측에 회유 당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나서 임 회장을 비판했다. 홍 시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메신저가 망나니짓을 하면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발표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며 “의사단체와 정부가 의료개혁과 상관없는 의대 증원을 두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누가 더 한심한가 시합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메신저가 이미 국민적 신뢰를 상실했다.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하는 의사 파업은 잘못이다”라며 집단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의협은 의료공백 문제 해결의 핵심에 있는 전공의들도 아울러야 하지만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는다. 전공의단체 대표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임 회장 간 갈등은 꾸준히 표면화됐다. 지난 4월 박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임 회장은 박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만남을 반대했지만, 박 위원장이 만남에 응하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의협이 주도하는 자리에 박 위원장이 불참을 선언하는 등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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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회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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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의협이 추진하는 범의료계 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교수, 전공의, 시·도의사회 대표 3인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임 회장은 위원으로도 들어가지 않는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과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이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전공의 대표로 누가 참여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의협은 19일 연석회의 직후 대전협에 올특위 참여 요청 공문을 발송했지만 현재로선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박 위원장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이 포함된 7대 요구사항이 관철돼야 사직 전공의가 복귀한다는 점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19일 SNS를 통해 의협이 정부에 제시하고 있는 3대 요구안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임 회장에게 여러모로 유감의 입장을 표한다”고 했다. 의협은 △과학적 인력 수급 기구를 통해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재논의 할 것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쟁점 논의 사항은 의료개혁특위와 별도로 의료계와 논의할 것 △정부가 일방 통보한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모든 행정처분과 사법처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협을 향한 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의협 집행부 교체와 단체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임 회장은 20일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의협회관과 대전시의사회 사무실 등에 조사관을 파견해 의료계 전면 휴진 및 총궐기대회에서 강요가 있었는지 입증할 자료를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당시에도 의협에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해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거듭 요청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환자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 휴진의 방식이 아니라,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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