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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선거와 투표

친윤 vs 비윤 vs 반윤…판 커진 여당 전대, 결선투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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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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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 주자가 20일 잇따라 출마 의사를 밝혔다. 흥행 실패를 우려했던 당초 분위기가 바뀌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그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지난 4·10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전날까지도 원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왔을 정도로 전격적인 등판이었다. 원 전 장관 측 인사는 “고심 끝에 전날 밤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원희룡 “민심 받드는 변화·개혁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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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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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저는 이 당의 적통”이라며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데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지금은 총선에서 패배한 분들의 자숙 시간”이라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 전 장관을 겨냥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21일 지역구(인천 동-미추홀을) 전통시장에서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23일 출마 선언’ 일정을 공지했다. 정광재 캠프 대변인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이번엔 내가 잘할 수 있다. 잘해서 보수 정당의 정권 재창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도 걸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 보겠다”며 대표 출마 결심을 알렸고, 이에 윤 대통령은 격려의 말을 했다. 지난 총선 직후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건강이 안 좋다며 거절했던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결정의 때는 차오르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한층 키운 나경원 의원은 21일 대구·경북을 찾아 이철우 경북지사, 홍준표 대구시장과 차례로 회동할 예정이다. 나 의원 측은 “후보등록(24~25일) 전에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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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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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전당대회 대표 경선은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순) 등의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란 표현이 나왔을 정도로 한산했던 주초 상황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출마설이 돌던 김재섭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여권에선 “잠재적 대권 주자가 대부분 출전하면서 결선투표 가능성이 커졌다”는 말도 나왔다. 대표 경선은 1차 투표(7월 23일)에서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1·2위만 따로 결선투표(7월 28일)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후보가 많으면 표가 분산되기 마련이라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계파색이 옅은 영남권 의원은 “일정한 민심의 지지를 얻는 유 전 의원까지 출마하면 결선투표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에선 결선투표를 가든 가지 않든 1차 투표에서 1위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해 1·2위 결선으로 갈 경우 3위 이하 표의 향방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측 인사는 “전당대회가 ‘한동훈 대 비(非)한동훈’ 구도로 치러져 결선투표로 갈 경우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결선은 결국 1위 한동훈과 나머지 후보의 표를 대부분 흡수한 2위 후보 간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친한계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자의 정치적 색깔, 지지층이 달라 한쪽이 결선에 올라간다고 다른 쪽의 표가 옮겨가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동훈, 대통령에 전화 “이기는 당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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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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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현역을 중심으로 한 ‘한동훈 포위망’ 형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대구 달서갑)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나갈 때보다 물러날 때를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썼다. “실패를 모르고 자란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한 전 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론도 부각했다. 여권에선 “정통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당원에게 ‘한 전 위원장은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기현(울산 남을) 전 대표도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13일)고 밝히는 등 한 전 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다.

수도원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세 불리기를 시작한 한 전 위원장과 영남권 의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갈리는 것도 변수다. 한 전 위원장이 띄운 ‘지구당 부활’ 이슈에 대해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크게 찬성하는 반면, 영남권 현역 의원들은 부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경쟁자의 활동 공간만 열어준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광재(경기 의정부을 낙천) 대변인을 비롯해 박상수 인천 서갑 당협위원장, 김종혁 고양병 당협위원장 등 수도권 원외 인사는 20일 한동훈 캠프에 합류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처리 문제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는 데 대해 한 전 위원장이 전향적 입장을 내면 여권 내 논란이 커질 수 있어서다. 반면에 한 전 위원장이 외려 특검을 추진하는 야당을 강력히 비판하며 치고 나갈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갈등을 걱정하는 당원들의 우려를 줄여줄 수도 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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