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러시아의 회복력 과시하고 싶었을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일류신(IL)-96에서 내려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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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북한 평양으로 이동할 때 탑승한 전용기 모델은 일류신(IL)-96이다. 옛 소련 항공사였던 일류신이 1988년 선보인 구식 항공기로, 현재는 러시아 국영 민간항공사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평양은 물론, 20일 베트남으로 이동할 때도 이 항공기 사용을 고집했다. 어째서일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구식 비행기를 사용하는 것에 외부인들은 당황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의 대통령 전용기 채택 과정을 설명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들어선 러시아는 IL-96을 서방에 맞서는 자국산(産) 항공기로 양산하고자 했다. 1993년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에 이 기종을 공식 도입하고 매년 40대씩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생산량은 연간 1기 수준에 그쳤고, 러시아는 2009년 IL-96 생산 포기 방침을 발표했다. 민간 항공기 산업 육성에 실패한 셈이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IL-96을 대통령 및 정부 고위직의 전용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면 소수의 고위직 비행 목적으로라도 명맥을 이어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010년대 IL-96은 몇 차례 재생산됐으며, 푸틴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마다 이 기종에 탑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위해 타고 온 전용기 일류신(IL)-96이 지난달 26일 타슈켄트 공항에 서 있다. 타슈켄트=크렘린궁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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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기술력 뛰어넘으려는 과거 욕구 반영
다만 최근에는 러시아 내부에서도 항공기 안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11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브리핑을 열고 "러시아 대통령이 사용하는 국산 항공기는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기체"라며 불안 달래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은 살로스 칠리마 말라위 부통령이 인도산(産) 군항기 사고로 사망한 당일이었다. 약 3주 전인 지난달 19일에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전 대통령이 구식 미국산 헬기 기체 결함 탓에 추락사하기도 했다.
NYT는 "크렘린궁이 자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의 IL-96 고집은 서방의 기술력을 뛰어넘고자 했던 과거의 욕구가 반영됐다는 것이 매체 설명이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결국 러시아의 회복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소련이 만든 비행기를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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