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정상회담]
10시간여 동안 밀착 과시
김일성광장에 푸틴 대형 초상화… 4시간동안 확대-단독 정상회담
회담후 숲길 걸으며 내밀한 대화… 푸틴, 제재물품 리무진 또 선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19일 저녁 평양체육관 종합운동장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공연 시작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손을 내밀며 착석을 권유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을 가진 두 정상은 조선해방기념비(해방탑) 헌화 등 일정을 소화한 뒤 푸틴 대통령 방북을 환영하는 이 공연에 참석했다. 평양=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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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실한 벗이자 전우인 러시아 동지들과 뜻깊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 민족의 가장 소중한 친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4시간에 걸친 확대·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며 서로를 ‘벗’, ‘친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이후 24년 만에 북한을 찾은 푸틴 대통령을 위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의 대대적인 환영식부터 국빈 만찬까지 숨 가쁜 일정을 함께하며 환대했다. 준동맹급으로 격상한 북한과 러시아의 연대가 새로운 밀월 관계에 진입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 평양 한복판에 푸틴-김정은 초상화 나란히
푸틴 대통령의 방북 공식 일정은 이날 정오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환영식으로 시작했다. 광장 중앙에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걸렸다. 일본 NHK방송은 “북한에서 평양 중심부 광장에 외국 정상의 사진이 크게 내걸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거리에는 북한과 러시아를 뜻하는 ‘조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시야) 친선’ 문구를 매단 애드벌룬도 등장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열한 의장대와 풍선, 양국 국기를 든 아이들을 지나 레드카펫을 걸어 단상으로 입장했다. 이후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광장을 떠나 금수산 영빈관서 확대 정상회담과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러시아 정책에 있어 북한의 일관된 지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반(反)서방 전선에 북-러가 함께하고 있다는 뜻을 강조했다. 차기 북-러 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겠다며 초청 의사도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호응했다. 이번 방북이 “양국 관계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닌 역사적 순간”이라고도 말했다.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친 뒤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때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등장해 펜 시중을 들었다. 이후 두 정상은 함께 숲길과 장미 정원을 산책하며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했다. 또 방북 환영 공연 관람과 국빈 만찬, 러시아정교회 건물 정백사원 방문까지 10시간여를 함께했다. 만찬 메뉴로는 트러플을 곁들인 오리 간, 랍스터 샐러드, 닭고기 수프, 튀긴 양고기, 삶은 해산물 등이 성대하게 제공됐다.
● 푸틴, 제재 위반 보란 듯 ‘아우루스’ 선물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인 ‘아우루스’ 한 대와 차(茶) 세트, 한 해군 장성의 단검을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다양한 예술품을 선물했다고 러시아 측은 밝혔다.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루스는 설계와 제작비에만 1700억 원이 투입된 러시아 최고급 차량이다. 푸틴 대통령은 2월에도 김 위원장에게 아우루스를 선물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전용차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선물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운송 수단이나 고급 승용차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또 보란 듯 미국이 주도한 대북 제재를 무시한 것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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