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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5 (월)

‘증명 투쟁’ 순탄치 않았다…“우크라 침략 반대” 러 난민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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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5월14일 아침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침략 반대 러시아 병역거부자 난민 인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종찬 변호사가 러시아 난민들의 상황과 한국 정부 대응의 문제점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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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반대해서 러시아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인용률이 극도로 낮고 러시아는 거의 인정된 사례가 없다고 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러시아인 ㄱ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결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2일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이 우크라이나 전쟁 징집을 거부하고 한국으로 온 러시아인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첫 사례다. ㄱ씨가 난민 신청 이유로 든 ‘전쟁 반대’의 뜻을 관련 시위에서 일관되게 주장한 점이 난민 인정의 근거가 됐다. 법률사무소 태정의 박윤경 변호사는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ㄱ씨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예비군 소집을 하자 전쟁 반대 시위에 가담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의견을 올렸다. 박 변호사는 “ㄱ씨가 단순하게 병역거부나 징집거부만 했다면 당연히 인정이 안 됐을 것”이라며 “러시아에서는 푸틴에 대한 반대 의견 댓글을 다는 것도 부담이 큰일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ㄱ씨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학살하고 납치하는 범죄행위를 직접 할 수 없어 탈출했고, 재판에서 이를 입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석한 사실을 ㄱ씨의 러시아 지인들에게 확인받는 과정이 특히 쉽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신빙성을 위해 재판부에서는 러시아 국민 신분증을 요청했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아무리 비밀보장을 해준다고 해도 지인들 입장에서는 (신원이) 노출될까 염려해서 설득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받은 확인서에는 ㄱ씨가 지난 2022년 4월과 9월 등 여러 차례 러시아에서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합창을 하는 것을 봤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는 등 위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외부적으로 표시해왔다는 ㄱ씨의 주장은 일관되고 설득력이 있다. 러시아에서 박해를 받게 될 우려를 인정한다”며 ㄱ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러시아에서 탈출한 ㄱ씨와 달리, 한국에 체류하다가 러시아에서 군사 동원령이 내려지자 귀국하지 못하고 국내에서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은 아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ㄱ씨 외의 4명의 러시아 난민심사 결과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데,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되거나 항소심을 진행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필의 이종찬 변호사는 “이 분들은 취업·관광 비자로 한국에 와 있다가 (징집) 소환장을 받고 난민 신청을 한 상황”이라며 “소환장의 경우 당사자가 사인을 안하면 도로 가져가게 돼 있어서, 러시아 기준 해외에 나와 있는 사람들에 대해 소환장 입증이 어려워서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신청자들의 군대수첩, 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반정부·반전쟁 글과 댓글 들도 제출됐지만 승소는 요원했다. 이 변호사는 러시아 현지에 있었던 게 아닌 사람들인 만큼 전쟁 반대에 대한 사례가 미약할 수밖에 없는 것도 패소의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현지에서 동원령을 받고 탈출한 사람이 받을 박해와 해외 체류 중인 사람이 돌아가지 않았을 때의 박해를 비교하면 후자의 피해가 더 적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쟁이 아니었으면 충분히 자유롭게 본국에 돌아갔을 이들이 전쟁 반대 의지가 강해 스스로 보호소에 갇혀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이분들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오랜 기간 수감돼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계시다”며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서, ‘돌아갈게요’라고만 하면 나올 수 있음에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전쟁 반대 의지가 아니면 당연히 돌아가서 편안하게 자유생활을 하지 않겠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러시아 전쟁거부 난민 인정 판결을 계기로, 한국 체류 중 난민 인정을 신청한 이들도 폭넓게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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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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