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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채 상병 특검’, 한동훈의 또다른 ‘목련’ 되어선 안 된다 [권태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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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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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드리기 위해서”라 했다. 한 전 위원장이 준비해 30분간 읽어 내려간 연설문에는 이 내용이 없다. 이어진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전했다. 한 전 위원장의 채 상병 특검법 ‘지지’ 천명을 환영한다. 그런데 몇가지 의문이 인다.



우선, 한 전 위원장은 채 상병 특검을 하자는 건가, 막자는 건가.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며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에 대해선 ‘반대’를 분명히 했다. 다음날 ‘티브이(TV)조선’ 인터뷰에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전 위원장의 ‘채 상병 특검 지지’ 발언을 ‘민주당 특검법 반대’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민주당이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은 7월4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본회의 처리가 예상된다. 이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재의결 절차가 진행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7월23일이다.



두번째 의문은 누구한테 이 얘기를 하느냐는 점이다. ‘특검법 발의’는 국민이나 당원들이 할 수 없다. 국회의원만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발효된다. 한 전 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을 진정 원한다면,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통령에게 호소해야 한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원내대변인은 26일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야당이 낸 ‘채 해병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수정 의결할 수 있다”며 “특검법 언급만 하지 말고 (법안을) 내라. (의원) 10명이면 발의할 수 있다”고 했다.



세번째 의문은 ‘진상규명’과 ‘제3자’ 중 무엇이 더 중한가 하는 점이다. 특검은 정부 쪽 수사기관을 못 믿겠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채 상병 수사 외압’은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개입 정황이 지금까지 보도된 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채 상병 특검’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제3자’ 여부보다 ‘대통령과 여권 영향’에서 최대한 멀어야 한다. 국민들은 행여나 특검이 시늉만 내고 제대로 파헤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데, 한 전 위원장은 너무 파헤쳐 진상이 다 드러날까봐 걱정인가. 한 전 위원장은 ‘적당히 특검’을 원하는가. 한 전 위원장 본인은 특검 할 때 그렇게 했던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도 특검법 통과를 위해 ‘제3자의 특검 결정’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족 하나. 한 전 위원장은 민주당 발의 특검법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1명씩 특검을 추천하게 돼 있다는 점을 들어, “선수(야당)가 심판(특검)을 정하는 구도”라 했다. ‘특검’은 심판이 아니다. 심판은 법원이고, ‘특검’이 선수다. 한 전 위원장의 세계관은 여야 정치권이 ‘선수’이고, 검찰이 ‘심판자’인가.



한 전 위원장은 ‘왜 당대표가 되려 하는가’에 대해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는) 죽기 딱 좋은 위험한 자리라고들 합니다”라며 “저는 용기 내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나설 때도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내게 불이익이 되지만, 기꺼이 희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당권·대권 분리’ 관련 물음에 자신이 아닌 나경원 의원을 예로 들며 “나 의원이 대표가 되어 1년 동안 너무 잘해서 ‘나경원 아니면 진다’ 하면, 국민의 희망이 그분한테 모일 수 있지 않으냐. 그럼 (대선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에 한동훈을 대입하면, 그가 지금 왜 전당대회에 나오려는지 이해가 된다.



어쨌든 한 전 위원장은 ‘채 상병 특검법’ 지지를 천명했다. “너무너무 죄송하다”는 말을 몇번이고 했다. 그러니 온갖 조건과 요구를 붙여 민주당 탓하며 없던 일로 하지 말기 바란다.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윤 대통령도 찬성하는’ 그런 특검법은 없다. 그런 특검은 해서도 안 된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월3일 경기 김포시를 찾아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김포 서울 편입은 야당도, 국민도 반대했다. 지금 ‘채 상병 특검’은 야당도, 국민도 지지한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빼고 다 지지한다. 한 전 위원장도 지지한다고 했다. 4명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중 ‘채 상병 특검법’ 하겠다는 건 한 전 위원장뿐이다. 그러니 대표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지금 하시라. 당장 가까운 의원들에게 얘기해 한 전 위원장이 생각하기에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특검법을 발의하면 된다. 그러면 여야가 협의할 수 있다. 대표 안 되면 다 접을 생각은 아니지 않나. 그건 ‘너무너무 죄송하다’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채 상병 특검법’이 제2의 ‘목련’이 되어선 안 된다.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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