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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北 장성택파 “김정은, 모친 부끄러워해...반쪽 백두혈통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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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의 외설]

비자금 관리 39호실 탈북 리정호 분석

김정은 생모는 북송 재일교포 고용희

주민에 퍼질까 부들부들...전단지 두려운 까닭

적잖은 평양 엘리트, 김씨 봉건제 타파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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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북한 경제 관료 출신 탈북자인 리정호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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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따르릉~”

늦은 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국에서 취재 현장에 있을 땐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를 받았지만, 미국 연수 기간 전화 연락은 드문 일입니다.

다소 놀란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노 기자 잘 지내셨습니까?”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한 리정호 선생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는 북한 김씨 정권 비자금 관리 조직인 39호실 출신입니다. 대흥총국 무역관리국장, 중국 다롄 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 등을 지냈습니다.

그는 김일성의 사위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2013년 12월 12일 사망)이 김정은의 숙청 작업에 끌려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본 몇 안되는 대중 외화벌이 일꾼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 DC나 페어팩스에서 좀 만납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이 요즘 북한 때문에 시끌시끌한데 기사를 보니까 답답합니다. 내 아들도 데려 나가 소개시켜주겠소.”

연수 기간이라 신문에 기사를 쓰지도 않지만, 제가 가끔 ‘노석조의 외설’이란 이름의 ‘뉴스레터’를 쓰기에 속을 털어놓고 싶어하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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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9호실 출신인 탈북자 리정호 선생이 워싱턴 DC 지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노석조 기자·조지타운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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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는 모처에서 두 차례에 걸쳐 그와 서너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985년생으로 얼마 전 뉴욕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공정책 석사 과정을 마친 그의 아들 이현승씨도 만났습니다.

리정호 선생은 “김정은이 대북 전단이나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두려워하고 중국과 같은 개혁 개방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순수 백두혈통이 아니라는 컴플렉스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중국에 나와 한국 뉴스 보기 전까지는 김정은의 모친이 북한에서는 당 간부도 될 수 없는 하위 계층인 북송 재일교포 고용희인 줄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이어 “아직도 평양에는 김정은이 근본 없는 반쪽짜리 혈통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김정은은 이게 알려질까 두려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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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베이징을 방문한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오물 풍선 논란이 일고 있는데.

“세계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국제적 망신이기도 하다. 오물을 동포에게 보낸다는 것 자체가 현 김정은 정권의 민낯을 보여준다. 주목할 건 이 상황을 뒤집어 보면, 김정은이 이렇게 격하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탈북민들이 보내는 대북 전단, USB에 김정은이 못 견뎌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위력이 있는 것이 대북 전단이다.”

-왜 그런가?

“대북 전단 중에는 김정은의 출생에 대한 ‘비밀’이 담겨있다. 북한 주민들이, 북한 엘리트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다. 이런 정보가 낱낱이 담겨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못 견뎌하고 날뛰는 것이다.”

-그의 모친 고용희를 말하는 건가?

“한국에서는 다 알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생모가 북송 재일교포 고용희인 걸 거의 모른다. 이건 김정은이 숨기고 싶어하는, 콤플렉스 같은 치부다.”

-북에서 재일교포는 어떤 위치인가?

“북한에서 재일교포는 ‘성분’이 좋지 않은 아주 하위 계층이다. 재일교포 자녀는 아무리 뛰어나도 당 간부가 되지 못한다. 북한은 연좌제가 살아있다. 많은 북송 재일교포 자녀들이 하류 인생을 산다. 그런데 김정은이 그런 재일교포의 자식이다. 그는 다른 재일교포 자녀들은 연좌제로 출세도 못하게 막아놓고 자기는 ‘백두혈통’도 아니면서 ‘백두혈통’이라며 권력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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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2년 당정군 간부들을 대상으로 상영한 기록영화 '선군조선의 어머니'에 등장한 고용희와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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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아들인데.

“고용희는 김정일의 첩이었다. 김정은은 첩의 자식이다. 김일성은 김정일의 첩 고용희를 만나 사진을 찍은 적도 없다. 김정은은 1984년생이고, 김일성은 1994년에 죽었으니, 둘이 만날 수 있는 기간은 10년 정도 된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일성과 같이 찍은 사진 하나 없다. 김정은은 백투혈통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는 김일성으로부터 인정 받지 못했다. 김정은은 집권 정통성에서 자신이 없다. 엄마가 부끄럽다. 그러니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가는 권위가 흔들릴까 불안해서 전단지 같은 것에도 가만 있지 못 하는 것이다. 그의 친여동생 김여정도 마찬가지로, 반쪽짜리 혈통이다. 둘은 같은 처지인 것이다.”

-2015년에 탈북했으니. 김정은 집권 초기를 겪었다.

“김정은이 3대 세습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심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은 신적인 존재다. 신격화했기 때문에 이들은 흠이 없는 존재이어야 한다. ‘백두혈통’이 그것이다. 물론 터무니 없는 환상이지만, 북 체제는 이걸로 유지된다.

그런데 김정은이 등장했을 때 “누구냐”는 말이 나왔다. 그가 세습해서 정권을 이어나갈 지도자라면, 그걸 북 주민에게 주입시키려면 김일성이랑 찍은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나오지 않았다. 백두혈통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리 선생은 김정은의 모친이 북송 재일교포인 걸 언제 알았나?

“2010년 쯤이었나 중국에 나와있을 때 한국 뉴스를 보고선 알았다. 하지만 북한에 들어가서 그걸 안다고 어떻다고 얘기하지 못 했다.”

-서로 일절 말하지 않았나? 알고 있는 평양 간부들은 없나?

“중국에 있을 때, 장관급 한 명이 중국에 출장왔다. 근데 그 분이 자기랑 같이 온 대표단 사람들을 시내에 다 관광을 보내고서는 날 만나자고 그랬다. 그래서 내가 만났다.

그런데, 자기가 어제 한잠도 못 잤다고 하더라. 왜 그래 뭐 때문에 그러냐고 그러니까, 자기가 한국 뉴스 보니까 아니 우리 후계자의 어머니가 재일교포라고 그러더라, 그게 맞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맞는 것 같다, 고용희라는 그 사진도 다 있지 않나, 만수대예술단에서 단원 활동한 흔적도 다 있다고. 그랬더니 그 분이 우리가 여태까지 모르고 지냈던 건가라며 놀라더라, 그래서 내가 그렇죠라고 했더니, 그 분이 그러면 이거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지, 아니지라고 중얼 거리더라.”

-충격을 받았나보다.

“이게 김정은 모친이 재일교포라는 건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 그분이 고개를 막 흔들더라고. 그만큼 북에서 지도자가 재일교포 자식이라는 건은 말이 안된다. 그걸 김정은도 아니까 영원히 감추고 싶은 것이다. "

-김여정도 그런가?

“마찬가지다. 북한 기준으로는 둘 다 반쪽짜리 근본 없는 자식들이다. 한번도 김일성 품에 안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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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난닝역 휴식장면 포착 - 2019년 2월 26일 새벽 김정은을 태운 전용 열차가 중국 남부 난닝역에 정차한 상태에서 김정은(위 사진)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아래 사진은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 여동생인 김여정이 두 손으로 재떨이를 들고 있는 모습. 둘은 김정일의 첩이었던 북송 재일교포 고용희의 자녀들이다. /TBS 연합뉴스


-오물 풍선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북핵이다.

“북한이 핵을 지금 몇 개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누구는 군축협상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협상하면 북한이 갑자기 순수해져서 우리 어디 어디에 핵 몇 개 있어요라고 다 보고할 것 같나? 그렇게 안 한다는 말이다. 북한은 숨겨 놓을 데가 너무 많다. 위성이 아무리 발달해도 다 못 찾는다. 핵에 집착하는 독재자를 제거해야 한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 숙청 작업을 하면서 내가 알기로만 최소 500명을 잡아다가 고사사총이나 화염 방사기로 살해했다. 장성택도 그 중 하나였다. 김정은이 극형으로 처단돼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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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 중계방송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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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는 왜 우리가 김씨 봉건제를 이렇게 받들고 살아야하느냐고 의문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봉건 타파를 하자고 해놓고 왜 이러냐는 것이지. 게다가 많은 고위층들이 중국의 경제 개혁 개방을 원하고 있다. 이걸 막고 있는 게 김정은이다. 그가 축출되면 북한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드러나진 않지만 북 내부에도 존재한다. 2500만의 북한 노예들을 해방시켜야 하지 않나.”

-김정은 딸 주애가 후계자라는 설도 있고, 4대 세습 가능성도 나왔다.

“김주애가 후계자냐 아니냐를 떠나 4대 세습이 당연시 되는 것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김정은 자식이라는 것 말고는 북 주민을 이끌 그 어떤 자격도 없지 않은가. 세습은 당연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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