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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국경 폐쇄’ 바이든, 2주 만에 ‘50만명 영주권’…트럼프에 “미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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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비합법 입국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 시행 12돌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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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시민과 결혼한 약 50만명이 출국이나 추방 우려 없이 영주권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새 이민 정책을 발표했다. 불과 2주 전에 멕시코 국경 폐쇄 행정명령을 내리더니 이번에는 대규모 이민자 구제라는 상반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비합법 입국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 시행 12돌 기념행사에서 미국 시민과 결혼한 미등록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새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시민과 결혼하면 영주권에 이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제도는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비자 없이 입국한 상태에서 결혼한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 영주권 신청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출입국 법률 위반을 이유로 입국이 10년간 금지되는 사례도 있었다. 새 제도는 출국하지 않고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주로 멕시코 쪽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온 중남미 출신자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산 이들로 한정된 이번 조처의 혜택을 보는 배우자들은 50만명가량이다. 그들이 밖에서 데려온 자녀 5만명가량도 같은 방식으로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파급력이 큰 새 이민 정책을 꺼낸 것은 멕시코 국경 무단 월경자들을 대상으로 국경 폐쇄 행정명령을 내리고 불과 2주 만이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무단 월경자 폭증이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중적인 공격 포인트가 돼자 기존 입장을 뒤집은 국경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더니 미등록 이민자들을 대규모로 구제하는 제도를 마련한 것은 상반되는 행보로도 볼 수 있다.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새 조처는 국경 폐쇄에 실망한 진보 진영을 달래면서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미국 시민들 가족을 수혜 대상으로 삼는 정책이라 득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경합주인 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주에는 시민권자와 합법적 체류 자격이 없는 사람이 함께 사는 가구에 속한 유권자가 각각 10만명가량이라고 했다. 이 세 곳은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한 승리를 거뒀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뒤지는 주들이다.



폴리티코는 이번 정책은 강력한 국경 통제와 미등록 이민자 단속을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미끼를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 문제를 두고는 내내 수세에 몰렸지만 미국 시민 배우자들에 대해서는 영주권·시민권 부여에 긍정적인 여론이 높다. 오는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텔레비전 토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트럼프는 대통령일 때 국경에서 가족과 어린이들을 갈라놨다”며, 이민 문제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단 월경자들을 체포하고 어린이 수천명을 격리 수용해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사례를 끄집어낸 것이다. 상대는 가족을 갈라놨지만 자신은 가족을 합치게 만들어준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셈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내가 재선하면 조 바이든의 사면 계획은 찢어지고 내던져질 것”이라며 이번 정책을 무효화시키겠다고 했다. 그의 측근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어 바이든 대통령이 “단지 2주 전에 개방된 국경의 재앙을 진압하는 수작을 하더니 이제는 양다리를 걸치며 불법 체류 외국인 수십만명을 사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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