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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낙태죄 처벌 강화’ 추진 브라질에 유엔 “우려 속 주시…비범죄화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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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유엔이 브라질의 낙태죄 처벌 강화 법안 처리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브라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방식으로 낙태죄 처벌 범위를 넓히는 법안을 추진해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18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브라질의 패스트트랙 절차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하원은 지난 13일 우파 야당인 자유당 소속 소스테네스 카바우칸체 의원이 발의한 형법 등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했다. 임신 22주 이후 낙태를 살인 범죄와 동일시하고 성폭행범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도록 조정한 내용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반대하는 법안이지만 여소 야대인 하원이 패스트트랙 절차에 착수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찾은 룰라 대통령은 "제정신이 아닌" 법안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이 개정안이 성폭행 피해를 겪은 뒤 임신 22주가 지난 상황에서 임신 사실을 인지하게 됐더라도 낙태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럴 경우 낙태가 살인 범죄로 분류돼 성폭행범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OHCHR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지난달 브라질에 모든 낙태를 비범죄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유엔은 브라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하고 합법적이며 효과적인 낙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에 확고하게 근거를 두고 있으며 여성의 자율성을 보장할 필수 요소라고도 밝혔다.

브라질 주요 여성 인권 단체와 시민들은 15일 상파울루 도심 한복판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낙태 불법화 반대 거리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대는 "소녀는 엄마가 아니다", "강간범은 아빠가 아니다"라는 글귀를 적은 피켓을 들고 형법 등 개정안에 대한 폐기를 의회에 요구했다.

한편 여소야대로 꾸려진 하원은 현재 온·오프라인에서의 반발 분위기를 고려해 관련 논의를 일단 중단한 상태로 알려졌다.

가톨릭 신자와 복음주의 계열 개신교 신자 비율이 높은 브라질은 태아 생명권에 극히 보수적인 성향의 종교적 교리 영향으로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해 왔지만, 성폭행에 의한 임신·태아 기형· 임신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 등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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