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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일)

교제폭력 신고해도 경찰 ‘쌍방폭행’ 처리 관행…“더 큰 범죄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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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022년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 535곳이 모인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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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180㎝ 넘는 가해자한테 165㎝에 47㎏인 효정이가 집어 던져지고 배와 얼굴을 엄청 맞았어요. 그래서 방어 목적으로 때렸더니 쌍방 폭행이 됐습니다. 그러면 피해자는 죽도록 맞고만 있어야 하는 건가요?”



지난 4월 경남 거제 집에서 자고 있다 무단 침입한 전 연인에게 폭행을 당한 뒤 치료를 받다 숨진 피해자 이효정씨 어머니 ㄱ씨는 18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ㄱ씨는 지난 14일 국회 누리집에 “수사기관이 교제폭력을 쌍방 폭행으로 종결하지 못하도록, 신고 단계에서 (피해자) 신변 보호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을 내어 이날까지 5만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그는 청원 글에서 “딸이 가해자를 11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으나 번번이 쌍방 폭행으로 처리해 풀어줬고 가해자는 더 의기양양해졌다”며 “경찰이 폭력을 방관하고 부추긴 거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가해자는 상해치사와 주거침입, 스토킹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경찰이 교제폭력 사건에서 누가 더 큰 피해를 입혔는지 구분하지 않고, 쌍방 폭행 혐의로 수사하는 관행이 결국 더 큰 범죄 피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대가 휘두른 폭력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폭력을 사용한 경우에도 가해자가 ‘나도 맞았다’고 할 경우 쌍방 폭행 혐의를 적용하는데, 이런 경우 피해자 역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합의를 요청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한겨레가 경찰청과 거제 사건 피해자 유가족으로부터 입수한 ‘112 신고 내역’을 보면, 자료가 남아 있는 2023년 6월부터 2024년 4월 1일까지 두 사람은 8차례 폭행 피해가 있었다며 신고를 했다. . ‘상호 폭행’으로 분류된 4건 중 3건에 대해 경찰은 양측 가운데 누구의 폭행이 더 위협적인지 등을 수사를 통해 판단하지 않고 상호 처벌 불원(양쪽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음) 의사에 따라 사건을 종결했다. 또 다른 상호 폭행 사건에서 숨진 피해자는 특수폭행, 가해자는 폭행 혐의로 수사가 진행됐다. 나머지 4건은 이번 사건 가해자가 폭행한 것으로 돼 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음에 따라 가해자가 폭행 혐의로 처벌을 받은 이력은 없었다.



한겨레

지난 4월 경남 거제 집에서 자고 있다 무단 침입한 전 연인에게 폭행을 당한 뒤 치료를 받다 숨진 피해자 어머니가 지난 14일 올린 국회 국민동의청원. 국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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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어머니 ㄱ씨는 “경찰 신고는 대부분 효정이가 했는데, 112신고 사건 처리내역서를 떼 보니 다수 사건에서 딸도 (폭행 등) 피혐의자로 돼 있었고 가해자가 처벌을 받은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며 “가해자가 자꾸 풀려나는데 피해자가 어떻게 처벌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



박예림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교제폭력 가해자가 ‘나도 다쳤다. 신고가 먹힐 것 같냐’며 경찰 신고를 저지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며 “경찰도 ‘서로 잘 마무리하라’며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8개 지부에서 진행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피해 상담 5332건 중 258건(4.8%)의 가해자가 ‘나도 맞았다’며 피해자를 신고 혹은 고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치안 관련 비영리단체인 세계경찰청장협회(IACP)는 친밀 관계 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두 사람 가운데 지속적으로 심각한 위협을 하는 ‘주 가해자’가 누구인지 구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협회는 2018년 발표한 ‘친밀 관계 폭력 대응 정책 및 교육 가이드라인’에서 주 가해자에 대해 “특정 사건의 최초 공격자가 아닐 수 있다”고 짚는다. 친밀 관계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폭력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누구 물리력이 센가 △누가 상대방을 고립시키나 △누가 재정을 통제하나 △정당방위를 사용한 사람이 있나 △앞으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누구에 의한 것으로 보이나 △누가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나 등 주 가해자 식별을 위한 22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또 “초기 대응에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는 행동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런 교제폭력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수사 대응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박예림 팀장은 “친밀 관계 폭력은 두 사람 사이의 맥락과 위계 관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제폭력이 강력 범죄로 비화되는 걸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 사건을 수사한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 유가족 주장에 대해 “교제폭력 사건에서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배제하는 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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