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산청토기와 대표(오른쪽)가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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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터미널에서 차로 10분간 달리니 지리산 품에 안긴 '산청토기와'가 모습을 드러냈다. 1978년 설립돼 3대에 걸쳐 전통기와를 만들고 있는 업체다. 창덕궁이나 백담사뿐 아니라 한옥마을 등에도 산청토기와 제품이 얹혀 있다.
지난 12일 방문한 산청토기와에서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스마트공장 성과 보고회였다. 원가 10% 절감, 연간 생산량 142% 증가, 불량률 50% 이상 감소 등 눈길을 끄는 결과가 공개됐다. 이날 행사에서 김남주 산청토기와 대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반도체라고 하면 삼성전자를 떠올리듯, 대한민국에서 기와라고 하면 산청토기와를 떠올릴 수 있도록 회사를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청토기와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경영 악화로 신음해왔다. 기와가 사양 산업이 되면서 수요는 줄었는데 자동화 공정 도입으로 공급은 넘쳐났기 때문이다. 가업을 잇겠다는 마음으로 온 가족이 뭉쳐서 수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업을 4대까지 이어가고, 업계 1위로 도약하려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주변 기업 소개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돼 신청했다"고 말했다. 산청토기와는 2차례 도전한 끝에 스마트공장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지난 1월 공장을 둘러본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들은 1960~1970년대 공장을 연상시키는 열악한 내부 환경에 혀를 내둘렀다. 46년간 쌓인 흙먼지로 콘크리트 바닥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기초 갖추기'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경용 삼성전자 위원은 "기초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서 "처음에는 3명이 산청토기와 스마트공장 지원을 시작했다가 14명으로 늘어났을 정도"라고 말했다. 산청토기와는 원가 10% 절감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삼성과 함께 공장을 새로 꾸미기 시작했다.
우선은 공장 바닥부터 뜯었다. 흙이 쌓여 있어 지표면이 울퉁불퉁해 운송 과정에서 기와가 손상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장 바닥을 걷어내고 콘크리트 작업을 다시 하려면 공장을 멈춰야만 했다"면서 "감당이 안 됐지만 공장을 50일간 멈추며 개선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바닥 평탄화만으로 불량률을 50~60% 줄일 수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로봇도 치워버렸다. 산청토기와는 공장 환경 개선만으로 라인 1개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 로봇이 놓여 있던 자리에 성형 공정 1개 라인을 증설하면서 생산량도 늘렸다. 산청토기와는 연간 기준으로 성형 생산량이 142% 증가했다.
당초 목표였던 원가 절감에도 삼성 도움이 컸다. 산청토기와는 삼성 덕분에 처음으로 체계적인 원가 구성을 알게 됐다. 김 대표의 딸인 신유나 부장은 "현재의 원가경쟁력으로는 경쟁사를 이길 수 없다"면서 "수십억 원을 투자하지 못하더라도 공장 내부 혁신으로 1%씩 모으면 원가를 10%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료를 액화석유가스(LPG)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면서 에너지 비용을 줄였다. 소성 공정에선 컨테이너에 적재할 수 있는 기와 수량을 18장에서 19장으로 늘렸다. 기와 두께를 줄여서 자연스레 적재량을 늘린 것이다. 가마 문에서 열 누설을 잡아내며 전기요금도 절감할 수 있었다.
기와 건조 공간에서는 온습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모니터를 달았다. 알림벨도 설치해 건조 공간이 열려 있을 경우에는 경고를 주도록 했다. 김대성 삼성전자 위원은 "온도 센서 9개를 새로 설치했고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건조 공간에서 온도 편차가 6~8도였는데, 이를 2도 이내로 줄였다"고 덧붙였다.
산청토기와는 삼성전자 지원으로 물류 효율도 크게 끌어올렸다. 예전에는 기와 완제품을 적재한 공간에서도 암키와·수키와 등을 구별하기 힘들었다. 이에 삼성전자 위원들은 "적재 공간 바닥에 제품명을 적어넣자"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냈다. 페인트칠 한 번만으로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산청토기와는 물류 동선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제품별 출고 관리를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됐다. 공작설비 저장 공간도 재배치 작업을 거치면서 통로를 넓혔고 가시성도 확보했다. 공작설비 특성상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는데, 가시성을 높이면서 직원 안전도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출하용 목재 팰릿 크기와 적재 수량도 표준화하며 한눈에 재고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산청토기와는 스마트공장 사업을 이어나가며 시스템 기반 제조·경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향후 2·3단계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날 성과 보고회에서 김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셨다면 제가 큰절을 하고 싶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두원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팀장은 "기초체력이 갖춰졌으니 2·3단계를 거쳐 고도화까지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청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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