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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세기의 이혼’ 1.4조 폭탄에…SK의 운명은?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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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중인 SK그룹이 뜻밖 암초를 만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법원 판결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결과가 그룹 지배구조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최 회장 개인 송사로 SK그룹 사업 재편·자본 조달 등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재계와 시장은 우려한다. SK그룹은 주력 반도체 산업에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설비 투자에 쏟고 있어 곳간(잉여현금흐름·FCF)에 좀처럼 돈이 쌓이지 않는 구조다. SK텔레콤 등 몇 곳을 제외한 SK그룹 대부분 계열사는 기업 여윳돈을 뜻하는 잉여현금흐름이 수년째 마이너스다. 전기차와 수소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사업도 막대한 설비 투자 사이클에 노출돼 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최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고려가 이뤄질 수밖에 없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또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충돌 우려도 커졌다. 과거 ‘소버린 사태’ 트라우마가 짙은 SK그룹 입장에선 잠재적 경영권 분쟁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 확대는 당분간 거론조차 힘들게 됐다.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SK그룹 지배구조는 격랑 속으로 빨려들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항소심 법원이 판결했다.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인 SK그룹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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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마련 어떻게

재산 대부분 주식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K그룹에 또 다른 악재가 덮쳤다. 1심을 정면으로 뒤집은 판결에 SK그룹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월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재산 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도 뒤집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봤다. 두 사람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본 재판부는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재판부는 1조원 넘는 재산 분할 액수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SK그룹 안팎에서는 당혹감이 역력하다. 판결 확정 땐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현금으로 이 정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난제 중 난제다. 분할할 만한 재산이 주식 외에는 많지 않아 최 회장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제한적이다. 1조원 넘는 현금 마련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유 지분 매각, 배당 증액, 주식담보대출 등을 선택지에 올려둘 수밖에 없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재산은 ▲SK㈜ 주식 1297만여주 ▲SK실트론 주식 1970만여주 ▲40여억원 상당 계열사 주식 ▲배당금 포함 2000여억원대 현금 등이다. 대부분 재산을 주식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 보유 지분은 SK㈜, SK텔레콤, SK스퀘어, SK디스커버리(보통주·우선주), SK케미칼(우선주) 등이다. SK㈜ 지분 가치는 최근 종가 기준 2조2000억원 안팎, 비상장 주식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7000억원대로 각각 추산된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SK실트론 주식을 최우선 매각하되 부족분을 충당하려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SK㈜ 주식 일부를 우호 세력에게 팔 가능성이 있다.

우선, 최 회장 보유 주식 대부분은 지주사 SK㈜다. 지난 1분기 기준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7%다. 최 회장 SK㈜ 지분율은 해마다 하락했다. 그는 2018년 11월 SK㈜ 주식 329만주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등 친인척 포함 특수관계인에게 증여했다. 과거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경영권을 노린 ‘소버린 사태’ 때 도움을 준 친족에 대한 감사 표시 차원이었다. 최 회장 SK㈜ 보유 주식 수는 1646만5472주에서 1297만5472주로, 지분율은 23.4%에서 17.7%로 각각 떨어졌다.

최 회장 보유 SK㈜ 지분가치는 약 2조원 초반대다. SK㈜ 주가는 2020년 1월 29일 최고점(장중 36만500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항소심 선고와 맞물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최근 주가는 16만원 선에 머무른다.

최 회장은 SK케미칼 우선주도 3.2%가량 갖고 있다. 그가 보유한 SK그룹 계열사 주식 가운데 지주사 다음으로 많다. 2021년 10월 SK케미칼 무상증자로 최 회장이 보유한 우선주는 4만5314주에서 6만7971주로 늘었다. 이때 지분율도 3.1%에서 3.2%로 소폭 올라갔다. 보통주는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2018년 SK디스커버리가 실시한 SK케미칼 주식 공개매수 청약에 참여해 보유 주식(6141주)을 모두 넘겼다. 이외 SK디스커버리 우선주도 3.1% 정도 보유했다.

SK㈜와 SK케미칼 우선주, SK디스커버리 우선주 등을 제외하면 최 회장이 유의미하게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은 거의 없다. 나머지 계열사 지분율은 0%대에 불과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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