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中企 161곳 물어보니 “2~3년 경력 쌓고 대기업행 허다”
경기도의 한 반도체 장비 기업은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최근 이미 퇴직한 연구자를 다시 채용했다. 새로운 설비를 들여오면서 이를 다룰 젊은 직원을 뽑으려 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이 기업 임원은 “하반기에는 동남아나 인도에서 사람을 찾으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의뢰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기업 연구소를 보유한 반도체·AI 관련 중소·벤처기업 161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2%가 석·박사 인력 채용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인력난이 결국 국내 AI·반도체 산업 인프라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소재·부품·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을 받쳐줄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성장해야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인력 공급에서 성장이 막혀 있다.
빅테크와 대기업의 ‘AI 전문가 채용 경쟁’에 개발자들의 몸값이 치솟은 점도 스타트업 인력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AI 관련 경력이 조금만 있어도 연봉이 5000만원부터 시작한다”며 “개발자들의 고액 연봉을 맞춰주지 못해 기존에 추진하려던 사업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스타트업들은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인도·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 인력을 찾기 어려운 한 스타트업은 아예 동남아 등 해외에서 개발자를 채용한 뒤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에서 채용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AI허브는 베트남 FPT대학교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250여 AI 스타트업이 베트남 개발자를 인턴·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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