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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그리스 해안경비대, 지중해서 최소 9명 이주민 바다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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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3년간 최소 43명 이민자 죽음으로 내몰아”
목격자들 “명백한 불법 행위... 살인죄 조사해야”
그리스 측 “사실 아니다… 인명 구조 위해 노력”
한국일보

지난해 6월 18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피레우스 항구의 그리스 해안경비대 본부 앞에서 시위대가 '살인자들'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당시 최소 78명의 이주민 목숨을 앗아간 난파선 사고가 일어난 데 대한 항의 시위였다. 피레우스=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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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최근 3년간 지중해에서 이주민 40명 이상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영국 BBC방송이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사망자 중 9명은 해안경비대에 붙들려 바다로 던져지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등 뒤로 두 손 묶인 채 바닷물에 던져졌다"


BBC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일어난 사건 15건을 분석한 결과, 그리스 해안경비대에 의해 영해 밖으로 쫓겨나거나 그리스 섬에 도착한 뒤 다시 바다로 끌려가 숨진 이민자는 최소 43명에 달했다. 방송은 목격자들 증언을 인용해 이 같은 행위를 확인했다면서 “그리스 정부가 오랫동안 강제 추방 의혹으로 비난을 받아 오긴 했으나, (구체적인) 사망자 발생 사건 건수를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BBC 인터뷰에 응한 목격자들은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이민자들을 일부러 바다에 내던졌다면서 “살인 혐의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가족과 지인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생존자들은 사복 차림 경찰과 해안경비대원이 이주민들을 폭행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두 손을 등 뒤로 묶은 채 바닷물에 던졌다고 증언했다.

2021년 9월 그리스 사모스섬에 배를 타고 도착한 카메룬 출신 남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안 상륙 직후 마스크를 쓴 사복 경찰관들에게 붙잡혔고, 곧이어 다른 카메룬 남성 및 코트디부아르 남성과 함께 해안경비대 보트로 이송된 뒤 한 명씩 차례로 바다에 던져졌다는 것이다. 해당 남성은 “그들(그리스 경찰)은 (내가 아닌) 카메룬 출신 남성부터 시작해서 (이주민들을) 물에 던졌다. 코트디부아르 출신 남성은 ‘살려 달라. 죽고 싶지 않다’고 애원했지만 결국 그의 손만 물 위로 떠올랐고 몸은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자신도 폭행을 당한 후 바다에 내동댕이쳐졌으나 해안까지 수영해 살아남았다고 그는 부연했다.

한국일보

이집트를 출발한 이민선의 난파 사고 생존자들이 지난달 22일 그리스 아테네의 남서쪽 136㎞ 지점에 있는 나프폴리오 마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나프폴리오(그리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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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 안 잠긴 구조정에 강제 탑승해 목숨 잃기도"


소말리아 출신인 한 남성 역시 2021년 3월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자신의 손을 등 뒤로 묶은 채 바다에 던졌다고 밝혔다. 바다에 떠다니던 중 손에 묶여진 끈이 풀려 겨우 살아남았지만, 함께 건너온 이주민 3명은 숨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밸브가 제대로 잠기지도 않은 구조정에 이주민들을 강제로 태우고 바다로 보내 목숨을 잃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명백히 불법 행위라고 BBC는 지적했다. 그리스 현지 법률은 망명을 원하는 모든 이주민이 지중해 섬 일부에 위치한 특별 등록 센터를 통해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 권리는 유럽연합(EU) 법에도 명시돼 있다.

다만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BBC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2015~2024년 해상에서 발생한 사고 6,161건과 관련해 난민 또는 이주민 25만83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BBC는 “그리스 현지 언론 보도와 비정부기구, 튀르키예 해안경비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한 뉴스”라며 자사 BBC 다큐멘터리 ‘죽은 듯한 고요: 지중해 내 살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다뤘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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