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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56년 만에 주름진 손 맞잡은 남매… 6·25 때 생이별 후 극적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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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남매… 보육원서 동생 입양돼
경찰 '헤어진 가족 찾기'로 상봉 성사
한국일보

지난 11일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6·25 전쟁 때 미아가 된 남매가 헤어진 지 56년 만에 재회하고 있다. 서울경찰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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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으로 미아가 된 남매가 헤어진 지 56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사연이 알려졌다.

25일 서울경찰청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서울경찰'에는 '6·25 전쟁 미아가 된 남매, 56년 만의 아름다운 상봉'이라는 제목의 영상의 게시됐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70대 김모씨가 "6·25전쟁 당시 헤어진 누나를 찾고 싶다"며 서울 서부경찰서 민원실을 찾아왔다.

김씨는 도움을 요청하며 구체적인 사연을 전했다. 철원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던 남매는 김씨가 3세, 누나가 15세일 때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미아가 된 남매는 유엔군에게 구조돼 서울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러나 김씨가 갑작스레 입양되면서 남매는 생이별해야 했다. 전쟁이 끝나고 10여 년 뒤, 김씨가 입양 간 집으로 누나가 찾아왔지만 스치듯 얼굴 한 번 본 게 전부였다고 한다.

경찰은 곧바로 가족 찾기에 돌입했다. 여수민 서부경찰서 경사는 "당시 호적이 분명하게 등록되지 않았을 수 있는 시기여서 (누나의) 출생연도를 1936~1938년으로 설정했다"며 "사망자를 제외한 대상자가 77명으로 나와 전국 65개 경찰서에 협조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김씨가 경찰에 56년 전 헤어진 누나를 찾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경찰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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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한 달 추적 후 56년 만에 상봉


약 한 달간의 추적 끝에 누나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남매가 헤어졌던 장소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경찰은 헤어진 사연과 생전 부모님 성함 등 10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김씨와 같다는 점을 확인한 후 찾는 대상이 맞다고 확정했다.

두 사람은 지난 11일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56년 만에 재회했다. 시간이 흘러 80대가 된 누나는 김씨를 보자마자 부둥켜안고 울먹였다. 이어 "아이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어"라며 주름진 손을 맞잡았다. 김씨는 고개를 숙이고 "잘 살았어요. 누나"라고 답했다.

누리꾼들은 "56년간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았을 걸 생각하니 울컥한다", "평생의 한으로 남았을 일인데 잘하셨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분은 얼마나 더 기쁘고 감동일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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