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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이런 말까지 들어가며 교사 해야 하나’… 성희롱 여전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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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방관’ vs ‘제자 고발’ 딜레마 속 난처한 교사들

세계일보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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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표류 중인 가운데, 전국 초·중·고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1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 접수된 교권 침해 신고 건수는 2018년 2454건에서 2022년 3055건으로 24.5% 증가했다고 교육부가 밝혔다. 특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및 성폭력’은 2018년 187건에서 2022년 331건으로 증가율(77%)이 매우 컸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교총이 지난해 접수한 성희롱·성추행 사례 가운데 대구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수업 시간에 교사에게 “○○○ 선생님이랑 잤죠?”, “아, 뒷모습 보니까 xx하고 싶네”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성희롱 발언을 했다.

서울의 한 남자고등학교에 근무하는 20대 여교사 A씨는 수업 중 B군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당한 끝에 최근 학교에 교권 침해 신고를 했다. B군은 A교사 수업 시간에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행동을 하며 웃거나 A교사에게 제출한 과제물에 성행위를 암시하는 내용을 적었다. 개인 노트에 A교사를 성희롱하는 내용을 적어둔 걸 다른 학생이 발견해 학교에 신고하기도 했다.

충남 지역 한 초등학교에선 학생이 남성 성기 모양 물건을 교사에게 주면서 “흔들어 보세요”라고 하기도 했다. 서울 한 중학교 학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생님 가슴 만지고 싶다” 등 담임교사를 성희롱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고 한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접수되는 성폭력 피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구타를 당하는 등 물리적인 피해를 입은 게 아닌 이상 ‘학생인데 타이르고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한국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2024) 저자로 고등학교 교사였던 가넷(가명)은 교원평가에 학생이 익명으로 성희롱 문구를 쓴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겪고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교직을 떠났다. 피해자인 그를 향한 시선은 둘로 나뉘었다고 한다. 하나는 ‘제자를 상대로 꼭 그래야만 하냐’는 원망, 또 하나는 ‘범죄를 눈감아주는 것은 교육자가 해선 안될 일’이라는 격려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자위하는 6학년 남학생을 두 번 목격했으나 공론화해도 일이 해결되긴 커녕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올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사 대상 성희롱이 심각한 가운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보위 심의 과정에서 피해 교사에게 성희롱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달라는 등 ‘2차 가해’가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보위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여성 초등학교 교사가 남학생으로부터 ‘뜨밤(뜨거운 밤) 보내라’, ‘남자 잘 꼬시죠?’ 등 낯 뜨거운 성희롱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교사가 어린 학생에게 도 넘은 성희롱을 당해도 아동학대 신고가 두려워 지도를 꺼리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국회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교권회복 4법이 개정됐으나, 1년이 지난 지금 교사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2023년 교권회복 4법 개정 이후 학교의 근무 여건이 좋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긍정응답은 단 4.1%(467명)에 불과했고, 부정응답이 78%(8862명)를 차지했다. (2024 4월 15∼26일 조사)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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