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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휴진' 서울의대 교수들 "근거없는 의료정책 강행 온몸으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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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모르는 자가 의료 망치는 것 두고 보지 않겠다"

"외래·수술 조정했으나 병원 열려 있어…교수 근무중"

뉴스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50% 이상이 전공의 사태 등의 해결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에 나섰다.2024.6.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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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에 돌입하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근거 없는 의료정책 강행을 온몸으로 저항하겠다"며 전공의를 향한 행정처분 취소, 사태 해결과 관련한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 등을 거듭 요구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서울대 의대에서 교수·전공의·의대생 100여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고 "근거 없는 의료정책 강행을 온몸으로 저항한다. 현장을 모르는 정책 결정권자가 의료를 망치는 것을 두고 보지 않는다"는 휴진 결의문을 채택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국민이 불합리한 의료정책의 희생자가 되는 걸 묵과할 수 없다. 의료전달체계를 우리 손으로 바로 세워 중증난치 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정한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이번 1주일, 외래와 수술 일정이 조정됐지만 서울대병원은 열려있다. 교수들은 근무하고 있다. 병원에 오면 진료받을 수 있다"면서 "외래와 수술 일정 조정해 시간이 좀 나는 동안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의료를 만들 수 있을지 공부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대 산하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진은 17~22일 외래 휴진·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등 전면 휴진에 돌입했다. 4개 병원에서 진료를 보던 교수 967명 중 529명(54.7%)이 참여한다.

62.7% 수준으로 유지되던 수술실 가동률은 33.5%로 낮아질 것으로 비대위는 조사했다. 다만 입원환자나 중증·응급환자는 그대로 보고, 예약 변경을 공지를 받지 않았거나 약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진료실을 열어두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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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곽재건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의 환자들에게 드리는 편지글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50% 이상이 전공의 사태 등의 해결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에 나섰다.2024.6.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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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원장은 "사람이라 미숙하고, 처음 해보는 일이나 진위는 아니다. 환자들을 다치게 하거나 힘들게 하려는 일은 아니다"라면서 "전문가 집단을 무시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고 교수들이 몸을 갈아 넣어 유지해 온 의료환경을 더 견딜 수 없다는 의미"라고 토로했다.

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전 비대위원장)은 "하는 데까지 했는네 정부가 끝까지 안 들어주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서울의대 교수로서 할 수 있는 거 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점이 바로 휴진을 철회하고 항복 선언을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방재승 투쟁위원장은 "(그때 돼) 할 만큼 했다.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으니, 정부가 책임지라. 그리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상설 의정협의체 설치 △2025년 의대정원 재조정 및 2026년 정원 재논의를 촉구했다.

그는 "전공의는 범법자가 아니다. 직업 자유권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있다. 현장 의견을 반영할 상설 의정 협의체도 만들어야 한다"며 "의대 정원은 교육 가능한 수준으로 재조정하고 2026년 이후 정원은 근거 기반으로 객관적인 기준 하에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사가 왜 이렇게 투사가 돼 온 국민한테 욕 얻어먹으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의료붕괴는 시작된다. 되돌이킬 수 없다"며 "정부가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면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휴진 철회 준비도 돼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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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50% 이상이 전공의 사태 등의 해결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에 나섰다.2024.6.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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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로 자유발언에 나선 박재일 전공의는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드리는 게 꿈인데 점점 대한민국 의료의 탑은 기울어져 가고, 무너지고 있다"며 "최소한의 상의를 하면서 국민 전체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진정한 의료개혁"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서울의대 학생회장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원인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으니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말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수순"이라며 "(정부는) 의학교육을 파행으로 만들고 의학교육 선진화라는 말로 애써 수습하는 중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원인 곽재건 서울의대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환자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발표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던 우리 의료체계, 의대교육 3개월 만에 엉망진창이 됐다. 말도 안 되는 '휴진'으로 귀 꽉 막고 있는 정부에 얘기 좀 하겠다. 조금만 참아달라. 오래 못 한다"면서 울먹였다.

곽 교수는 "휴진이라고 하지만, 이상하고 걱정되는 게 있다면 언제라도 오라. 다른 병원 중환자도 다 받고 급한 수술도 하겠다"며 "실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 평범한 의사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 있어야 하는 마음에 이렇게 나와 떠들겠다"고 호소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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