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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태양과 바람으론 부족해"…원전 다시 찾는 유럽[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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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 두번째 원전 수출 희망…유럽을 가다]②

[편집자주]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복(復)원전 정책이 시작된 지 2년.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기 위한 '팀코리아'는 오는 7월 중앙유럽에서 수주전 낭보를 기다리고 있다. 일찌감치 한국과 프랑스를 놓고 원전 수출국을 저울질하는 체코, 방산같은 국가차원 협력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폴란드 등 원자로 수출지역인 중앙유럽은 물론, 발전설비와 SMR 등 다양한 분야에서 K-원전산업이 유럽진출을 노리고 있다. UAE에 이어 K-원전의 두번째 수출 후보 지역으로 급부상한 유럽을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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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유일의 원전이 위치한 보르셀시 풍경 /사진=김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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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남서쪽, 벨기에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보르셀'(Borssele)은 이 나라 유일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인 지역이다.

해상풍력을 대표하는 나라답게 수십기의 크고 작은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밭 모양으로 모아놓은 '태양광팜'을 지나면 녹색 수풀이 우거진 장소에 흰색 돔 형태의 485㎿(메가와트)급 원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원전과 풍력, 태양광 등 무탄소에너지가 보르셀 해안가에서 어우러져 생산된다.

지난달 찾은 보르셀은 신규 원전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2년 합계 3000㎿ 용량의 원전 2기를 새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사업자 선정, 2035년 완공을 목표로 한 신규원전은 기존 보르셀 원전 부지 인근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보르셀 원전이 1973년 10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50년만에 신규 원전 건설에 착수한 것이다. '팀코리아'의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초 보르셀 원전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 수주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다이크스터 하위스 보르셀 시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많은 기저부하(전력)를 필요로 한다"며 "태양광과 풍력 등 발전계획도 전력망에 포함돼 있지만 태양과 바람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원전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네덜란드가 반세기만에 원전 건설을 결정한 배경엔 유럽 최대 가스전인 흐로닝언 가스전의 채굴 전면 중단이 있다. 네덜란드는 1959년 흐로닝언 가스전을 발견해 최근까지 이곳에서 나오는 가스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해왔다. 하지만 1986년이래 지난 38년간 네덜란드에 지진이 1600번이상 발생했고 그 원인이 장기간 가스채굴로 인한 지반약화라는 의견이 등장했다.

결국 네덜란드 의회는 올해 4월 흐로닝언 가스전의 채굴을 영구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가스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향후 10년치 사용량이 매장돼 있는 가스전까지 폐쇄하면서 에너지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원전이 떠올랐다.

네덜란드 정부에 에너지 규제 관련 법률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한 반 갈컴(Han van Gellecum)씨는 "네덜란드는 약 10% 가량을 재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스 시추를 중단하면서 (에너지 믹스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며 "원전은 굉장히 합리적인(logical) 선택으로 24시간 일주일 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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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정부에 에너지 관련 법률 자문역인 한 반 갈컴(Han van Gellecum)씨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재건설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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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건설 결정에서 지역사회의 동의도 필수적이다. 보르셀시는 지난 4개월간 지역 주민과의 논의를 통해 수용성 강화를 위한 39가지 조건을 만들어 중앙정부에 보고했다.

다이크스터 시장은 "지역주민 100명에게 새 발전소 건설에 대한 생각을 묻고 먼지와 빛, 소음 등 영향 해결책 등은 논의했다"며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과 건축과정 참여 등 조건을 만들어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조건에는 보르셀 지역의 풍광을 해치지 않도록 냉각탑 대신 지하나 강으로 냉각탑을 대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영국은 유럽 지역 중에서도 일찌감치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한 나라다. 영국은 36개 원전을 폐쇄(셧다운)하고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바닷바람이 줄어든 탓에 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소비 전력의 4분의 1을 프랑스 등 인근 유럽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결국 신규 원전 건설을 다시 선택하고 2050년까지 24GW(기가와트) 규모 원전을 새로 짓기로 했다. 같은해 달성해야할 탄소중립(탄소배출량과 감축량 합계를 0으로 맞추는 것) 목표와 기존 원전의 발전량 확보를 위해서 새로운 용량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계획대로 짓는다면 영국은 필요 전력의 25%를 원전으로 공급한다.

톰 그레이트렉스(Tom Greatrex) 영국 원자력산업협회(NIA) 회장(CEO)은 "미래에 저탄소 전기시스템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현재 진행 중인 탈석탄화와 기존 원전을 대체하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원전 용량(캐파)이 필요하다'며 "프랑스는 전력 공급능력의 75%가 원전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전기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은 저탄소에 안정적이면서 적은 비용으로 작은 지역에서 많은 전력을 생산할수 있다"며 "날씨의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 방식과 밸런스를 맞춰 가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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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크스터 하위스 네덜란드 보르셀 시장이 지난달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소 계획 등을 설명 중이다. /사진=김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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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셀(네덜란드)·런던(영국)=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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