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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영혼의 짝[내가 만난 명문장/김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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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영혼의 짝이란 네 마음을 열고 영감을 주는 존재야.”

―영화 ‘굿 윌 헌팅’ 중


한 천재 청년의 상처 치유와 성장을 담은 영화 ‘굿 윌 헌팅’은 책에 관한 생각도 달리 보게 한다. 고아로 힘겹게 살아온 윌 헌팅(맷 데이먼)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수학 난제를 풀어낸다. 심지어 수학계 최고의 수훈상을 받은 MIT 램보 교수도 윌 앞에서는 초등학생 수준이다. 지적 능력도 뛰어나 읽지 않은 책이 없으며 뛰어난 핵심 파악 능력 때문에 학술 논쟁에서도 누구에게나 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사람들 속에 있지 못한다. 더구나 세상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삶에 도전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조차 먼저 버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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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중원대사회문화대학특임 교수


어느 날 램보 교수의 부탁으로 윌의 정신 상담을 맡은 심리학과 교수 숀(로빈 윌리엄스)은 윌에게 묻는다. 영혼의 짝 즉, 솔메이트가 있냐고. 그러자 윌은 많이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셰익스피어, 니체, 프로스트, 칸트, 로크 등.” 이 말을 듣고 숀은 “모두 고인들인데”라고 한다. 이에 윌은 “제겐 아니다”라고 하는데, 숀은 “물론 그렇겠지만, 대화를 할 수 없잖아”라고 말한다. 곧이어 숀은 “교감할 수 없잖니”라고 덧붙인다. 윌은 옅게 웃으며 말한다. “뼈만 남아 있겠죠.” 숀의 말은 윌도 평소에 느끼고 있었을까. 이 대화를 계기로 윌은 마침내 떠나간 하버드대 여자친구 스카일라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그에게 영혼의 짝은 스카일라였고, 누구보다 영감을 줬다. 우리는 고전을 읽고 위인들의 깨달음을 새기고는 한다. 책을 너무 읽지 않는다면 고전의 숲에 들어가 볼 필요는 있다. 거꾸로 책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은 윌처럼 책의 숲에 갇혀 버림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말 중요한 점은 당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영감을 얻는 것. 여기에 고전과 위인들의 말이 토대가 된다면 금상첨화겠다.

김헌식 문화평론가·중원대사회문화대학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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