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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만물상] 자식 돌봄 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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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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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자녀 공군사관학교 입학 시험장에 갔더니 공사 학부모 모임(공학모) 멤버들이 주차·교통정리를 해주고 있었다. 이 모임은 17년 역사에 회원 수도 2000명이 넘는다. 지역별 모임에다 합창단 등 다양한 친목 소모임까지 있다. 찾아 보니 공학모만 아니라 육학모, 해학모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자녀가 성인인데 좀 유난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도 생활을 이해하고 필요할 경우 그림자처럼 조용히 지원하는 ‘스텔스 서포터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한 외고의 고3 때 엄마들 모임은 20년이 지난 요즘에도 정기적으로 만난다. 대입 정보 교환이 주목적이었지만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한 지 오래인 요즘까지 모이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서로의 관심사와 이해관계가 비슷해 멤버들끼리 할 얘기가 많다고 한다. 자녀들이 각계에 진출하면서 이런 모임의 영향력이 웬만한 여고 동창회보다 세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만 극성 학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도 자녀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빙빙 돌며 과잉보호하는 ‘헬리콥터맘’이란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차로 자녀를 축구장에 데려다주는 ‘사커맘’ 정도는 애교이고, 자녀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들을 앞서서 다 치워주는 ‘잔디깎이맘’도 있다. 이들의 자녀는 입사 후에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찰러리맨(차일드·child와 샐러리맨의 합성어)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의대생 학부모 모임’이 의대 교수들을 향해 “지금까지 교수님들은 무얼 하셨느냐”고 비판하며 “당장의 환자 불편에도 지금은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모임은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2월 인터넷 카페 형식으로 개설됐는데, 현재 회원 수가 2400명이 넘었다. 들어가 보니 18일 의사 총궐기 대회나 의대 증원 관련 기사 등을 공유하며 댓글 등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공학모, 의학모를 보면 부모들이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도 연장전까지 치르는 것 같다. 다만 두 모임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공학모의 제1원칙은 ‘학교 행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외부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한다.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 이 점부터 주지시킨다는 것이다. 반면 의대생 학부모들이 자녀들 스승인 의대 교수들에게 적극적인 투쟁을 요구하고 나선 점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이래저래 한국에서 부모 노릇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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