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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중국 “남중국해 침범하면 구금” vs 필리핀 “무시하고 조업”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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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5일부터 남중국해 외국인 침입 시 체포
필리핀, 분쟁 해역 암초 인근에 선박 배치 늘려
대륙붕 연장 신청으로 바다 밑 영토 확장 나서
한국일보

지난달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어민들이 필리핀 국기를 흔들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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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15일부터 자국 영해에 무단 진입하는 외국인을 체포한다고 엄포를 놓자, 필리핀은 자국민에 무시할 것을 종용했다. 여기에 필리핀이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바다 밑 영토 확장까지 나서면서 남중국해 일대 긴장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필리핀, 대만, G7 등 "중국 위협 반대"


1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남중국해 자국 해역에 외국인과 외국 선박이 불법 침입할 경우 재판 없이 최대 60일간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새 규정을 15일부터 시행했다.

이는 지난달 필리핀 어민 단체가 영유권 분쟁 지역 스프래틀리 군도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난사 군도 황옌다오 암초) 인근에서 조업 중인 필리핀 어선에 물자를 보급하겠다며 대규모 선단을 보낸 데 대한 견제 성격이 짙다.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 해경이 필리핀 어민을 해상에서 바로 체포하는 게 가능해진다.

스카버러 암초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필리핀은 발끈했다. 필리핀 외무부는 “중국 해경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필리핀인을 잡아간다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미오 브라우너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자국 어민들에게 “정부가 어민 보호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계속 조업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위협을 무시하기로 한 셈이다. 필리핀 해군과 해경은 암초 인근에 선박 배치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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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마카티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필리핀 국기와 함께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침해를 항의하는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마카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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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국가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남중국해 불똥이 대만해협으로 튈 수 있다고 본 대만은 성명을 내고 “어민 보호 임무를 강화하고, 조업과 해운 관련 권리,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전날 이탈리아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통해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의 위험한 (권한) 사용과 항행 자유에 대한 반복적인 방해를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난사 군도는 중국 고유 영토이며, 중국 법적 관할권이 미치는 해역”이라면서 “오히려 필리핀이 불장난을 선동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에 대륙붕 연장 신청도


중국의 노골적 위협에 필리핀은 물리·외교 수단을 동원해 맞불을 놓고 있다. 해군 전문매체 네이벌뉴스는 필리핀 정부가 북부 루손섬 잠발레스주(州) 해군기지에 브라모스 대함·대지 미사일 기지를 구축 중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미사일 유지, 보수, 보관 시설이 지어지고 있는 점이 위성으로 확인됐다”며 “유사시 기지에서 약 250㎞ 떨어진 스카버러 암초 주변 중국 선박을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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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해상방산전시회에 인도와 러시아가 공동개발한 브라모스 대함 미사일이 전시돼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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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러시아가 공동 개발한 초음속 대형 미사일 브라모스는 사정거리가 290~300㎞에 달한다. 필리핀은 지난 2022년 인도로부터 미사일을 사들이면서 “남중국해에서 주권을 훼손하는 모든 시도에 억지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필리핀은 해양 영토 확장까지 나섰다. 필리핀 정부는 15일 유엔 산하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남중국해와 접한 최서단 팔라완섬 서쪽 해역 대륙붕 경계를 연장해달라는 신청을 제출했다.

현행 유엔해양법협약은 연안국 대륙붕 권리를 EEZ와 마찬가지로 연안 기준선에서 200해리(약 370㎞)까지 인정하지만, 자연적으로 이어진 지형임을 입증하면 350해리까지 연장할 수 있다. ‘바다 영토’를 넓혀 국제기구로부터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받고, 해저 자원 개발과 탐사 권한을 보장받는다는 게 필리핀의 전략인 셈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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