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황운하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6월 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간경향] “국회에서 비교섭단체는 호부호형 못 하는 홍길동 같은 존재다.”
지난 6월 12일 오전 9시 30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황운하 원내대표의 말이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원내정당은 8개다. 역대 제일 많다. 국회 구성이 달라진 만큼 국회 운영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국회 사무처를 비롯해 모든 국회 구성원에게 일하고 싶은 정당에 권한을 달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 정당들의 의사결정은 최고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원내 정당 최고위원회는 보통 국회 본청에 마련된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때도 마찬가지다. 원외 정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당 사무실에서 회의를 연다.
최고위원회의 형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면서 공개적으로 모두발언을 하고 ‘비공개’로 전환된다. 최고위원들은 그날그날의 현안에 관한 견해를 밝힌다.
조국혁신당 당사무실 ‘보이콧’하는 까닭
조국혁신당은 국회 개원 후 최고위원회를 국회 로비(로텐더홀)에서 열고 있다. 국회 사무처의 방 배정에 대한 항의다.
조국혁신당에 배정된 방은 219호와 223호·224호다. 사무실 사이에 거리가 있다. 219호와 223호 사이에 있는 220호·221호는 진보당에 배정됐다. 그런데 220호와 221호는 나란히 붙어 있지 않다. 승강기 6대가 놓여 있는 넓은 복도를 가로질러야 한다. 그러니 219와 223호 사이는 더 멀다.
“희한하게 화장실 앞이기 때문에 항의하는 것으로 프레임이 잡히던데 그건 사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주간경향과 통화한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의 말이다.
“첫째로는 공간을 붙여 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간 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다당제 상황에 맞게 국회 운영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본청뿐만 아니라 의원회관의 분위기도 아직 어수선하다. 6월 중순이지만 이사와 공사가 한창이다. 국회 개원 직후라 그렇다고 하지만 4년 전 21대 국회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개원 후 2주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시스템은 정착되게 마련이다.
왜 이리 늦어졌을까.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강 대 강 대치국면’이 이어진 탓이 크다. 21대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8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안에 대한 재의가 있었다. 보통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낙선한 의원들의 의원실 정리가 시작되는데, 21대는 회기를 꽉꽉 채웠다. 자연스레 낙선의원들이 방을 빼는 시기도 늦춰졌다.
개원 2주가 지났지만 아직 이사와 청소로 국회 의원회관은 어수선하다. 6월 11일,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빈 사무실에서 나온 집기를 정리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당초 조국혁신당에 배정되었지만 당 업무 공간의 재배치 요구로 비어 있는 국회 본관 223호. 21대 국회 때는 녹색정의당 당대표/원내대표실이었다. /정용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2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은 모두 131명으로 전체의원(300명)의 44%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131개 의원실이 방을 뺀 셈이다. 여기에 이번 총선에서 다시 배지를 단 재선·3선 의원이 있다. 국민권익위원장을 했던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국정원장 출신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21대에 이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방만 바꾸는 의원도 있다. 얼마나 많은 의원이 방을 옮겼을까.
주간경향은 21대 국회의원 방 배치도와 새로 나온 ‘22대 의원회관 방 배치도’를 놓고 비교해봤다. 21대·22대 연속 당선된 의원 중 의원실을 그대로 쓰는 사람은 95명이다. 21대에 이어 연임하면서도 의원실을 변경한 의원은 54명이다.
“국회 정문 앞에 버스에 확성기 틀고 장기농성 집회하시는 분이 있어요. 희한한 게 그게 저층에서는 잘 안 들리는데 고층에서는 너무 시끄럽게 들리거든요. 업무에 방해돼서 방을 바꿨습니다.” 7층에서 4층으로 이사를 한 3선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국회 사무처는 의원이 아니라 당별로 방을 배정한다. “6층 601호에서 607호까지는 국민의힘, 608호부터 618호까지는 민주당”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면 각 당 원내대표실 행정실에서 각 의원실에 1, 2, 3순위로 선호하는 방을 적어내라고 알린 다음 그에 맞춰 배정하는 식이다. 의원실이 선호하는 방이 같다면?
“간단합니다. 선수가 깡패죠. 다음이 나이고.” 초선으로 3층에 방이 배정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택권은 선수에 따라 주어진다. 초선 의원 사이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사전에 비어 있는 의원실을 견학하고 1, 2, 3순위를 적어내지만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선수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우므로 꼭대기 층이 주로 초선 몫”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초선 의원이 가장 몰려 있는 건 3층이다. 3층 25개 의원실 중 21개에 초선 의원실이 자리 잡았다. 22개 의원실이 있는 꼭대기 층(10층)엔 절반인 11개 의원실이 초선이다.
의원실 방 번호도 속칭 ‘로또 번호’가 있다. 518호, 815호와 같은 상징적인 번호다. 518호는 21대 이용호 의원에 이어 광주 동남갑 지역구인 정진욱 의원이 받았다. 김대중 정부 당시 비서실장으로 평양을 방문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날짜인 615호를 가져갔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썼던 815호는 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로 이번에 초선 의원이 된 김용만 의원이 들어갔다.
21대 때 835호를 쓰다 이번엔 610호로 이사온 허영 의원도? 허영 의원은 1992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1987년 6월항쟁 기간엔 고등학생이라 엄밀히 말해 당시 거리에서 벌어진 ‘호헌철폐 독재타도’ 운동의 주역은 아니다.
“아…일부러 610이라는 방 번호에 의미를 부여해 들어간 건 아닙니다. 22대를 맞이하여 새로 각오를 다져보자는 뜻에서 이사했습니다. 835호가 특이했던 것이 보통 의원실 바닥이 카페트인데, 마루바닥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 방을 20대 때 역시 강원도 출신인 이철규 의원이 바닥을 깐 거였습니다. 아, 지금 835호에 들어온 백승아 의원은 그 마루바닥을 좋아합니다. 저희의 경우엔 분위기를 바꾸자는 취지였고요.”
허영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610호’는 우연히 걸린 거지 일부러 의도한 선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6월 11일 국회 분수대에서 바라본 국회 의원 회관/정용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선호하는 의원실은 구관과 창문 밖 경치”
방을 바꾼 재선 이상 의원들이 선호하는 방이 있다. 의원회관은 ‘ㄷ’ 자 형태로 구성돼 있는데 양 날개 뒤쪽이 2012년 구축된 신관이다(신관 구축 후 의원회관 구성은 엄밀히 말해 ‘ㄷ’ 자가 아니라 ‘ㄸ’ 자 형식이다).
다선 의원들은 신관보다 구관 쪽을 선호한다. 낡았지만 방이 더 넓기 때문이다. 의원실에서 내다보이는 풍경도 중요하다. 의원회관 안쪽보다 한강이 내다보이거나 국회 본관과 잔디밭 쪽이 보이는 바깥 열을 선호한다. 선수가 높은 의원들이 경치 좋은 방을 선점하면 안쪽은 아무래도 초·재선 의원 몫일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이 제기한 본관 대표실, 원내 대표실 문제는 조만간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이 종전에 쓰던 170호를 그대로 쓰겠다며 이번에 배정된 225·226호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224~226호는 지난 총선 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과 비서실, 회의실이 있던 자리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배정이 되더라도 공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조국혁신당의 로텐더홀 최고위원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원회관 1층엔 국회 개원에 맞춰 여러 기관·단체들이 보내온 각 의원실에 보낸 축하 화분들이 모여있다. 의원실에서 찾아가지 않은 화분은 결국 폐기처분 수순을 밟는다. 6월 4일 찍었다. /정용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창에 햇볕이 드는 지도 의원실을 선택할 때 중요한 포인트이긴 합니다. 이사할 때 방 뺀 의원들 방에서 나온 것들 중 화분이 버려진 게 많아요. 특히 햇볕이 잘 안드는 안쪽 방에서 나온 것들은 관리가 안돼 화초가 죽은 것들이 많은데 착잡한 생각이 듭니다. ”
장흥배 용혜인 의원실 보좌관의 말이다. 그는 여의도 정치권 문화에서 앞으로 개선되어야할 사항으로 세금 낭비만 일삼는 축하 화분 문제도 앞으로는 짚어볼만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정도껏이어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들어와요. 안 찾아가는 걸 1층에 따로 모아뒀는데 큰 나무나 관엽식물 같은 것들 거의 다 죽습니다. 햇볕 안 들어오지, 또 환기도 안되니 결국 선거 끝나고 옮길 때되면 청소노동자분들이 한 두 달 넘게 그걸 치우는데 물어보니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아무도 수거해가지 않으니 도기로 된 화분을 불가피하게 깨서 배출할 수밖에 없는데 그거 치우는 데만 수t 트럭을 불러야 합니다. 대부분 개인 돈도 아니고 기관장들이 세금으로 보내는 건데, 깨고 청소하는 데 들어가는 것도 결국 국민 세금이잖습니까. 앞으로는 이런 낭비도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5·18 성폭력 아카이브’ 16명의 증언을 모두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