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세상, 전쟁은 삶을 어떻게 파괴했나"…연극 '연안지대' 개막

14일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 열려

공연,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30일까지

연극 '연안지대' 김정 연출은 "어른들이 물려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떠안은 아이들을 관객 분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우리가 한 사람의 죽음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극 중 '잔'이 하는 대사 중에 '생명은 소중하다'가 나옵니다. 저는 이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연안지대' 전막 시연 및 기자간담회에서 김정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연안지대'는 레바논 출신 캐나다 극작가인 와즈디 무아와드가 쓴 전쟁 4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영화 '그을린 사랑'의 원작 '화염'을 쓴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존재조차 희미했던 아버지(이스마일)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들(윌프리드)이 아버지의 시신을 묻을 땅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여러 친구를 만나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김정 연출은 "이들의 아픔은 우리에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광기로 가득 찬,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은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어떤 것들이 파괴됐는지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전쟁의 끔찍한 파괴력은 작품 속 윌프리드 친구들의 사연을 통해 낱낱이 드러난다. '사베'는 집이 불태워지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부모가 죽는 과정을 목격했다. '아메'는 아버지를 적군인 줄 알고 실수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연을 지녔다.

이와 관련해 아버지 '이스마일' 역을 맡은 윤상화는 "수많은 죽음 앞에서 우리가 제대로 애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비극이지만, 동시에 새싹 같은 희망을 품게 한다. 김정 연출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스마일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며 젊은이들에게 '길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아버지의 희생을 통해 아이들은 자기만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죠. 여전히 폭격은 쏟아지지만, 이전 세대의 응원을 받고 나아가는 다음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4일 막이 오른 '연안지대'는 오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극 '연안지대'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김정 연출(왼쪽부터), 윤상화(이스마일 역), 이승우(윌프리드 역), 최나라(잔·기로믈랑 역)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정수영 기자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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