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8 (화)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남북 관계 단절" 선언한 北, 휴전선 일대 담벼락 구축 중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DMZ에서 육군 28사단 장병이 남방한계선 철책을 따라 경계시설물을 점검하며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휴전선 부근에 장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 단절과 함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가운데 ‘육상 국경선’을 시각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와 정부 소식통의 발언을 종합하면 최근 북한군은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부근에 콘크리트·벽돌 등을 동원해 담벼락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북은 MDL을 기준으로 각각 2㎞ 후퇴한 지점에 철책을 둘렀으며, 이를 각각 북방한계선·남방한계선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침투 등에 대한 감시 활동을 이유로 각각의 한계선과 MDL 사이에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두고 있다. GP 앞에도 추진 철책이 있다. 북한이 최근 짓고 있는 장벽은 GP보다 전방, MDL에 가깝게 붙여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활동은 중부·동부 등 전선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포착됐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의 활동을 면밀하게 추적·감시하고 있다”며 “북한군의 최근 활동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경의선과 동해선,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 등 남북 간 연결 도로 3곳에 모두 지뢰를 매설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경계 활동을 넘어 장벽을 세우는 건 김정은이 말한 “동족 관계가 아닌 전쟁 중의 두 교전국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거 동·서독이 베를린 장벽을 통해 인적·물리적 교류 가능성을 전면 차단한 것과 유사한 시도를 하는 것일 수 있다.

다만 군 관계자는 “아직 장벽이라 하기엔 기초를 쌓는 정도”라면서 “경계를 위한 장애물 혹은 방어용인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9일 중부 전선에서 북한군 20여 명이 삽·곡괭이 등을 들고 DMZ의 수풀을 제거하고 땅을 파는 활동을 한 것도 이런 작업의 일환일 수 있다. 당시 북한군이 무더기로 MDL을 침범하면서 군은 ‘경고 방송-경고 사격’으로 대응했지만, 오인으로 인한 침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중앙일보

북한군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파괴한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감시소를 설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군 당국은 27일 밝혔다. 감시소를 설치 중인 북한군 병력. 사진 국방부



북한군의 DMZ 내 장벽 세우기가 정전 협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군의 입장이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군사 정전 협정은 "비무장지대 안 또는 비무장지대로부터 비무장지대를 향한 어떠한 적대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수풀 불모화 작업이나 정지 작업, 장벽 건설 등을 ‘적대 행위’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해석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북한군의 움직임은 해상·육상 국경선을 새로 재정비하려는 김정은의 구상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30일 당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를 통해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이어 올해 2월 김정은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실체 없는 유령선”이라고 발언했다. 지대함 미사일 ‘바다수리 6형’ 검수사격 시험 지도에 나선 자리에서였다.

김정은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 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과거 주장하던 서해 경비계선 등 자의적인 해상 국경선을 들고 나온 뒤 이를 넘은 한국이 먼저 도발했다는 식의 논리를 세우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