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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기업&이슈]'고장'의 아이콘 보잉…항공기 주문 '0건'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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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맥스 주문량 두달연속 0건

안전 신뢰도 추락…주가도 급락

우주선도 안전 신뢰성이 발목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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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이 잇따른 안전사고로 신뢰도와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위기를 맞이했다. 항공기부터 우주선까지 기체결함 사고가 계속 이어지면서 기업 신용등급도 위험수준까지 내려왔다. 특히 사고가 잦은 최신 주력 기종인 737맥스 항공기는 두달 연속 주문이 전혀 없어 매출실적이 경쟁사인 에어버스에 크게 뒤쳐지고 있다.

보잉사가 이러한 위기에 놓인 이유는 그동안 회사 내부에서 묵살돼 온 안전불감증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안전문제에 대한 내부고발이 제기되면서 보잉사의 이미지는 더욱 실추됐고, 미 의회에서도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보잉이 이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공기 인도량 반토막…737맥스 주문량 '0'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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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If it is not boeing i'm not going)" 슬로건이 붙은 보잉사의 브랜드 상품 모습.[이미지출처=보잉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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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사는 지난달 항공기 인도량이 24대로 전년동월대비 50% 쪼그라들었다. 737맥스 인도량이 45% 감소한 여파가 컸다. 737맥스 기종은 보잉의 최신 주력기종이지만 최근 주문취소가 이어지면서 신규 주문량이 2개월 연속 '0'건을 기록했다. 지난달 보잉사가 받은 전체 신규 주문량도 4대로 모두 787 드림라이너 기종이었다. 그나마 4월 기록한 7대에서 더 줄어들었다.

지난 1월 알래스카항공 소속 737 맥스 기종 항공기가 이륙 후 동체 문짝이 뜯겨져 날아가 비상착륙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해당 기종의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 737 맥스 기종은 사고 이후 5개월 이상 지난 현재까지도 안전성 문제로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운항이 금지된 상황이다. 이로인해 지난 3월 아메리칸항공이 85대를 주문한 것을 끝으로 모든 항공사들이 737 맥스 기종의 주문을 기피하고 있다.

이처럼 주력 기종의 주문이 0건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하자 보잉사의 신용등급도 추가하락 위기에 놓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보잉의 신용등급을 'Baa3'로 하향 조정했으며,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렸다. 아직까지는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이지만, 실적부진이 계속 이어질 경우 정크본드로 떨어질 위험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체 생산을 위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1월 문짝사고 이후 계속 터진 안전사고…주가도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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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사고 이후에도 계속 안전사고가 터지면서 보잉의 주가도 함께 급락했다. 연초 주당 251.76달러였던 보잉의 주가는 이달 12일 182.67달러로 27.4% 이상 하락한 상태다. 지난 3월 유나이티드 항공(UA)의 보잉 737-800기가 비행 중 외부 패널이 떨어져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5월에는 운송업체 페덱스가 운영 중인 보잉767 화물기가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제공항 착륙 도중 랜딩기어가 고장나면서 동체로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보잉 내부 안전문제를 폭로했던 내부고발자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지난 3월 보잉의 전직 직원으로 안전 문제 내부고발 이후 보잉과 법적 공방을 이어가던 존 바넷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자살사건으로 결론지었지만, 타살 의혹이 번지면서 보잉사의 이미지는 더욱 실추됐다.

앞서 바넷은 2019년부터 보잉이 비행기 제작에 비표준 부품을 사용하고 기준을 무시했다며 폭로를 시작했다. 재직 중 해당 문제를 경영진에 보고했지만 무시당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 항공기 제작 일정이 촉박해 조립을 서두른 나머지 부품 소재 추적 절차가 생략되고 결함 있는 부품들이 쓰였으며, 심지어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불량 부품을 다시 꺼내와 장착하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사고에 뒤이어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내부고발까지 제기되면서 미 의회도 보잉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오는 18일 데이비드 칼훈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미 상원 상설조사 소위원회에 소환돼 기체결함 등 안전문제와 함께 내부고발자의 갑작스런 사망사건에 대해 소명할 예정이다.
유인우주선 올라가긴 했는데…안전성 신뢰도 스페이스X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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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보잉사의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의 모습.[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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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사의 항공기에 이어 우주선 역시 기체결함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 IT매체인 기즈모도에 따르면 12일 보잉사가 제작한 유인우주선인 스타라이너의 추진체에서 헬륨가스 누출이 5번 이상 발생했다. 앞서 해당 우주선은 지난 6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는데 ISS 외부에 세워둔 우주선에서 헬륨가스가 계속 누출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다행히 아직까지 누출량은 많지 않아 지구로의 비행귀환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지난 6일 발사 과정부터 ISS 도킹까지 수많은 기체결함이 지적된 스타라이너 우주선은 전반적인 조사가 불가피한 상태다. 스타라이너는 제트추진기 고장 문제 등으로 세차례 발사가 연기됐었고 이후 ISS 도킹 도중에는 제트추진기 5개 중 1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꺼둔 채로 진행했다. 이로인해 도킹도 예상시간보다 1시간 정도 연기됐다.

가까스로 유인우주선이 ISS와 도킹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계속 기체결함이 발생하면서 이미 4년 전인 2020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스페이스X와 격차는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회사는 2014년 나사의 상업용 유인우주선 개발 프로그램에서 개발업체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는데 당시 보잉은 42억달러(약 5조7850억원), 스페이스X는 26억달러(약 3조5800억원)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원금을 더 많이 받았던 보잉사가 오히려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이 훨씬 늦어졌고, 전반적으로 스페이스X보다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상업용 우주선 운영 분야는 스페이스X가 독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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