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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책의 향기]이더리움 둘러싼 탐욕과 갈등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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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억만장자들/로라 신 지음·박세연 옮김/568쪽·3만2000원·위즈덤하우스

동아일보

“이더리움의 여정에서 가장 크게 후회되는 건 8명의 공동 창시자를 너무 성급하게 선택했고, 모두가 떠나가도록 내버려둔 일이다.”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리크 부테린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있는 암호화폐로 꼽히는 이더리움은 2014년 부테린을 비롯한 8명이 만들었다. 이들은 누구도 절대 복제할 수 없는 전자화폐를 수수료 없이 지구상 어디에든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내 갈등에 빠진다. 부테린을 비롯한 개발자들이 이더리움을 비영리로 운영할 것을 주장한 반면에 찰스 호스킨슨 등은 투자를 받아 영리로 운영해야 한다고 맞선 것. 이런 경영철학의 차이는 결국 부테린을 제외한 나머지 동료들의 이탈로 귀결되고 만다. 영화 ‘페이스북’에서 펼쳐진 컴퓨터 천재들의 우정과 배신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 책은 미국 포브스지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이 쓴 이더리움 연대기다. 이더리움 개발자 등 관계자 200여 명을 3년간 인터뷰해 암호화폐 세계의 내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예컨대 이더리움 개발 초기 운영진 사이에서 직함을 놓고 벌어진 일화도 눈길을 끈다. 영리화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직함에 집착했지만 기술 개발에 몰두한 엔지니어들은 이에 무관심했다는 것. 이더리움의 작동 메커니즘은 물론이고 개발자들의 철학과 탐욕, 갈등의 내밀한 드라마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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