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 동영상 편집하듯 좌파 정치인 영상 만들어 공유
유럽의회 선거서 극우당 20대 당대표 틱톡 선거전 한몫
프랑스 좌파 연합 '인민전선' 소속 정치인들 사진으로 만든 SNS 게시물. |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에서 득세하는 극우의 틱톡 전략에 맞서 좌파 지지층 사이에 K팝에서 영감을 얻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공개된 뒤 좌파를 지지하는 한 젊은 유권자는 엑스(X·옛 트위터)에 "틱톡 '에디트'(Edits)를 위해 좌파에서 멋진 남자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팬에디트 또는 팬캠(팬이 찍은 직캠의 준말)을 뜻하는 이 표현은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배우 등 유명인의 영상을 편집해 만든 짧은 동영상을 뜻한다. 주로 K팝 팬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장난처럼 시작된 이 아이디어는 SNS상에서 크게 동조를 얻었다.
몇 시간 만에 각종 편집 동영상이 엑스와 틱톡, 인스타그램에 퍼지며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 지지세가 강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소속 인사들의 얼굴을 필터로 보정한 동영상이 지지자들 사이에 널리 공유됐다.
K팝 팬으로서 이번 SNS 선거 운동에 적극 나선 18세 학생 마리는 르몽드에 "이런 영상들이 정치적 지지를 끌어낼 기회"라며 "사람들이 이 인물들에게서 카리스마를 발견하면 그들이 하는 말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권은 없지만 좌파를 지지하는 16세 레다 역시 지난 9일부터 여러 동영상 편집물을 만들고 있다.
SNS 선거운동 나선 프랑스 좌파 지지자들 |
그가 만든 동영상 중 하나엔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나연과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교차 편집돼 등장한다. '나연×멜랑숑 언니 라인'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레다는 지난 10일 트와이스 팬 60명이 모인 디스코드 메신저의 그룹 채팅방에서 선거 기간 동안 이런 팬캠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기로 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이러한 자발적 선거 운동은 조기총선을 2주 앞두고 극우에 밀리는 좌파 정당들엔 행운이다.
최근 의회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어 15일 출석 정지를 당한 뒤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한 LFI의 세바스티앙 들로구 의원은 '팬에디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최고의 동영상 편집을 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지역구에서 케밥을 사겠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약속했다.
LFI의 디스코드 계정 관리자 중 한 명인 기욤은 "많은 이가 이런 팬캠 영상을 보고 우리에게 합류했다. 이는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이라며 후보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좌파 지지자를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생겨난 건 극우 국민연합(RN)의 20대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유럽의회 선거 과정에서 젊은층의 표심을 얻은 배경에 틱톡을 활용한 SNS 선거전이 한몫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 프랑스 18∼34세 유권자 사이에서 바르델라 대표가 이끈 RN은 32%의 득표율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 연령대에서 RN과 이념상 대척점인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20%, 사회당은 10%의 지지를 얻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은 그나마 두 자릿수도 못 채운 5%에 그쳤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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