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교조 경기지부와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에는 지난해 ‘청소년 유해도서를 분리제거 해달라’는 내용의 보수단체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경기교육청은 같은해 11월 각 학교에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협의해 조치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두차례 보냈다.
경기교육청은 올해 3월에도 ‘(폐기)처리된 도서 집계 목록’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처리 결과에는 ‘제적 및 폐기’와 ‘열람제한’ 두 가지 선택지만 있었다고 한다.
이에 각 학교의 담당 교사 등은 반복된 경기교육청의 공문이 ‘성교육·성평등·페미니즘 도서를 폐기하라’는 압박으로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경기도 내 학교는 총 2517권의 성교육·성평등·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폐기했다.
“생각만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없앨 수 있다는 게 놀랍다”…입맛대로 사라지는 성교육 도서들
교사·시민단체들은 경기교육청이 보수단체의 민원에 동조해 학교도서관을 검열했고 그 결과 대규모 도서 폐기 사태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날 오후 경기교육청 앞에서 ‘경기도교육청 성교육 도서 대규모 폐기 사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공동진정 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경기도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말했다.
도서관 이미지컷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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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는 “성교육 도서를 ‘유해도서’ ‘음란도서’라고 낙인찍는 일부 보수단체의 극단적인 민원에 경기교육청이 적극 동조한 것”이라며 “성에 대한 불합리한 편견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교육청이 오히려 그런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교육현장 주체들의 권리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폐기된 도서는 국제인권규범과 교육현장의 주체들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실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여성과 아동,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불합리한 혐오 선동에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하거나 동조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평등한 성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자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단체는 이번 사태가 학생의 권리, 교사의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도 지적했다. 단체는 “교사는 교육 관련 결정에 있어서 부당한 압력 없이 헌법과 법령에 따라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권리를 가진다”면서 “경기교육청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기보다는 손쉬운 검열을 택해 교사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노동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에 공문을 전달하면서 문체부의 청소년 유해 매체 심의 기준을 안내한 정도”라며 “폐기하라고 하거나 폐기할 도서 목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에 따라 도서 폐기를 결정한 것은 각 학교마다 있는 도서관운영위원회”라며 “실제 폐기된 도서는 한 학교당 한 권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김태희 기자 kth08@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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