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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논설위원 |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장악이 거침없다. 국회의장을 단독으로 선출한 데 이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힘으로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이 굴복하지 않으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전부 가져갈 기세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난 12일 법사위를 단독 소집해 숙려 기간도 건너뛰고 채 상병 특검법을 상정했다. 민주당만의 단독 국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래도 4년 전엔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엔 최소한의 절제심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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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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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주당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어떻게든 관철한 뒤 그걸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 끌어내리겠다는 전략이 선명하다. 지난 총선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년(윤 대통령 남은 임기)은 너무 길다”고 말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3년이 가장 긴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최근 쌍방울 대북 송금과 관련한 제3자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당하면서 받아야 할 재판이 3개에서 4개(대장동ㆍ선거법위반ㆍ위증교사ㆍ대북 송금)로 늘어났다. 모두 7개 사건에 11개 혐의다. 2027년 대선 전까지 이 중에서 하나라도 금고 이상의 형(선거법 재판은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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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으로 또 기소된 이 대표
사법리스크 피하려 탄핵에 올인
21대보다 더 나빠지는 22대 국회
이 대표 입장에선 이런 사법리스크를 모두 감수하고 3년을 버티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확정판결이 아니더라도 1, 2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니 현 정권을 가급적 빨리 끝장내는 게 상책이다. 아마 이 대표는 지난 총선 결과에 크게 낙심했을 것이다. 야권이 200석을 넘겨야 22대 국회에서 곧장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데, 아뿔싸 192석에 그쳤다.
그래도 이 대표에게 포기란 없다. 이미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을 탄핵으로 무너뜨린 성공 노하우가 있지 않은가.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랑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끌어내렸는데 역대 정권 중 가장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윤석열 정권쯤이야. 때마침 영부인까지 스캔들을 일으켜주니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상태. 여당을 조금만 흔들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가결 기준인 200석을 넘길 수 있다. 만약 여당이 버티면 민주노총을 필두로 한 장외세력들을 끌어모아 촛불을 들고 용산으로 몰려갈 것이다. ‘촛불 시민’이 대통령 하야를 명령한다. 어게인 2016! 이런 게 지금 ‘이 대표=개딸=민주당’의 삼위일체를 지배하는 멘털리티다. 이런 마당에 협치니 상생이니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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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뒷모습)이 12일 오후 야당 단독으로 법사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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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입에 담는 것조차 불경스러웠던 ‘대통령 탄핵’이란 말이 지금은 여의도의 일상용어가 된 것은 이 대표의 공이 크다. 다만 윤석열 정권이 허약해 보여도 탄핵은 과거보다 훨씬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탄핵을 하려면 대통령의 위법이 그만큼 엄중하고 명백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수 진영에서 뿌리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깨달은 교훈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소망을 성취하려면 윤 대통령이 퇴진해야 할 정도의 중대 위법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객관적 물증으로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이 민심을 저버렸다는 식의 정치 공세로는 어림없다.
나아가 탄핵은 사실상 정권을 넘겨주는 것이란 인식이 확고해졌다. 2016년엔 여권 인사 중 일부는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나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란 대안이 있다고 생각해 탄핵에 찬성했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 당시 탄핵이 초래한 보수 진영의 참상은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또 탄핵? 쉽지 않은 얘기다.
그래도 이 대표는 정권 퇴진에 올인할 것이다. 그에게 3년은 너무 길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이 이렇게 나오면 국회에서 생산적인 정치가 이뤄질 수가 없다. 21대 국회가 바닥이었다면 22대 국회는 지하실로 내려가는 수준이 될 듯하다.
김정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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