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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유엔사,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 "정전 협정 위반 조사"...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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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오물풍선 MDL 침범
한국군 확성기 방송 등 대상
국방부, 유엔사 대북 확성기 제동 보도
"있을 수 없는 일" 반박
한국일보

정부가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를 결정한 이튿날인 5일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한 훈련장에서 K-55 자주포가 대기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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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오물 풍선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 간에 오간 심리전 및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사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다만 협정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남북에 시정을 권고하는 정도일 뿐, 유엔사가 제재 등 강제력 있는 조치를 취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유엔사는 13일 "최근의 문제들을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조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문제들'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29일 북한이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에 대해 "정전 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며 특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그 이후에 벌어진 북한군 작업 인력의 MDL 침범과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추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요청을 받지 않았다"면서 "과거에도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유엔사가 조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유엔사의 요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사는 비무장지대(DMZ) 등 접경 지역에서 남북의 활동이 정전협정에 위배되거나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경우, 이를 조사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유엔사의 시정 촉구는 사실상의 권고로, 강제성을 가지지 않는다. 유엔사의 중재 역할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북한은 유엔사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이 필요할 때만 유엔사 연락망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일보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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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유엔사는 앞선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의 한국 영공 침범과 한국이 맞대응 차원에서 무인기를 북한 영공에 띄운 사안을 모두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전협정 준수를 위해 한국의 파트너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 한 중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 선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남북한 무인기 상호 영공 침범(이상 2022년) △트레비스 킹 주한미군 이병 월북(2023년) 등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장광현 한-유엔사친선협회 사무총장(예비역 육군 소장)은 "당장은 유엔사가 취할 수 있는 제재 방안은 없지만, 조사 결과를 정기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보고하고 있다"며 "유엔사는 본연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조치를 위한 권한 강화를 논하기 전에 정권에 따라 부침이 심했던 유엔사의 법적 지위를 변함없이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는 폴 러캐머라 유엔사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2일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신원식 국방장관을 만나 대북 확성기 방송 제동을 걸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확성기 관련 사항은 보고한 바 없고 동맹국 상급자인 국방부 장관의 조치에 연합사령관이 제동을 걸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러캐머리 사령관은 이날 한미연합사사령관 자격으로 국방부를 방문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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