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5 (목)

나이들면 저임금 일자리 가야하는 韓근로자…"연공서열제로 직무단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숙련·임금 '분석·사회' 직무→저숙련·임금 '신체·반복' 직무 이동 경향

"과도한 연공서열 임금체계가 중장년 인력수요 억제…성과체계 도입해야"

뉴스1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에서 학생 및 참가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4.6.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저숙련·저임금인 반복·신체 직무에 종사하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왔다.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대하고,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의 활용도를 높여 중장년 인력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KDI는 조언했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이 13일 발표한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엔 취업자 수도 그에 비례해 자연적으로 증가했으나, 2022년 말 취업자 수는 자연감소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최근 5년(2018~2023년) 25~54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9.3%에서 80%로 0.7%포인트(p) 상승한 반면, 55세 이상 인구의 참가율은 50.9%에서 53.8%로 2.9%p 올랐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공급 감소가 가시화되면서 노동시장에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중장년 인력의 활용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젊었을 때 고숙련·고임금인 분석·사회 직무 일자리에 종사하던 취업자들은 중장년에 접어들며 상대적 저숙련·저임금인 반복·신체 직무에 종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중장년층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직무의 종류를 △분석 △사회 △서비스 △반복 △신체의 5개 범주로 나누고, 직무 구성이 취업자 연령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1998~2021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 직업별 직무 성향과 취업자 연령 간 회귀분석을 수행했다.

뉴스1

KDI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75세 남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회귀분석을 수행한 결과, 분석 직무 성향은 30대 취업자에서 가장 높았지만, 이후 연령대에선 감소 경향이 보였으며, 특히 50대 이후의 감소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서비스 직무도 분석 직무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반면, 반복, 신체 직무 성향은 30대에 가장 낮아졌다가 이후 증가하는 대칭적 모습을 보였다.

여성 취업자의 경우엔 연령에 따른 직무 성향 변화가 다소 제한적이었다. 남성 취업자의 분석 직무 성향이 30대에서 가장 높았던 것과 달리 여성 취업자의 분석 직무 성향은 20대에 가장 높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다만 중년 이후에는 남성에 비해 직무 구성 변화를 덜 겪었다.

보고서는 "이는 여성 취업자의 경우 남성보다 이른 시기에 일자리의 질이 하락한다는 뜻으로,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별 직무 성향 차이는 실직, 퇴직 등 이유로 기존 일자리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때 나타나는 직무 단절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대별 이직 전후 직무 성향의 변화를 살펴보면, 20~75세 남성 취업자의 경우 50대 미만 연령대에서 이직한 경우에는 분석 직무 성향이 거의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지만, 50대 이상 연령대는 기존 일자리에서 떠난 지 1년 후 분석 직무 성향이 이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하락 폭은 다소 축소됐지만 기존 일자리에서 떠난 지 5년 후에도 같은 경향이 관찰됐다. 60대에 이직한 경우엔 분석 직무 성향 하락 폭이 더 컸고, 시간이 지나며 하락 폭이 확대됐다.

뉴스1

KDI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성 취업자도 남성과 비슷했지만, 분석 직무 성향이 낮아지는 시점이 30~40대로 남성보다 빨랐다. 이러한 차이는 출산·육아 및 이에 따른 경력단절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분석 결과에 대해 "분석, 사회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채용되지 못하는 중장년층 근로자가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근로자의 직무 성향이 중년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근로자 연령에 따른 직무 성향 변화가 생산성 저하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며, 한국 노동시장에 중장년층의 직무 단절을 발생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중장년 인력에 대한 수요를 필요 이상으로 억제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재직기간에 비례해 자동으로 임금이 높아지는 특성상 중장년층 고용 비용을 생산성 대비 과도하게 높여 중장년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고 재취업 시 일자리 질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재직기간보다는 직무의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 인력 활용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법정 정년 이전에 생애 주직장에서 조기 퇴직하는 근로자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법정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낮을 것"이라며 "고령자 계속 고용에 있어선 기계적 정년 연장보다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1

KDI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정규직으로 일하는 소수의 근로자만 정년 보장 혜택을 받고 있고, 청년이 이 소수 근로자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시간이 길다"며 "조기 퇴직을 예방하면 중장년층의 직무 단절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끝으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취업자 간에도 상당한 수준의 직무 성향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두 집단의 고용 대체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 및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 조성을 통해 생산성 높은 일자리에 여성이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ky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