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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위험 여신 절반 '뚝'...KB뱅크, 비사로 적자 벗고 샤인으로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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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금융강국 코리아]④-<1>KB국민은행

[편집자주] [편집자주] 해외 공항에서 우리나라의 은행 광고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해외 진출 지역마다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앞세운 금융회사들은 K금융의 영토를 넓혔다. 이제는 넓어진 영토에서 핀테크 기술 등을 앞세워 '디지털 금융 DNA'를 심고 있다. 국경을 넘어 미래로 향하는 K금융의 전략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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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순이익 흑자, 가능(bisa)합니다."

KB뱅크 인도네시아(이하 KB뱅크)의 계획은 'BISA(비사)'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 '비사'란 '가능하다'라는 뜻의 인도네시아어 단어로 2025년 턴어라운드에 대한 KB뱅크의 의지를 담았다. KB뱅크는 2025년 흑자전환을 위해 '비사'(Boost(가속)·Innovation(혁신)·Strengthening(강화)·Advance(발전)의 약자)를 경영전략으로 삼고 추진중이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22%, 2020년 9월엔 지분 67%를 사들이면서 KB부코핀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인수 당시 부실채권이 산더미였지만 유상증자 등 그룹 차원의 노력에 정상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특히 그룹에서 IT총괄·CSO(전략책임자)·CHO(인사책임자)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본 이우열 행장이 2022년 5월 취임하면서 정상화에 탄력이 붙었다. 부코핀을 뗀 'KB뱅크'로 사명을 바꿨고 핵심 IT프로젝트와 금융 신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 행장은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에 차분하게 다가가고 있다"며 "올해는 정상화의 기틀을 다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 규모 유지하면서 건전성 관리...위험 여신(LAR) 비율 절반으로 '뚝'

KB뱅크의 지난 4월 말 기준 LAR(위험 여신·Loans at Risk) 비율은 26.9%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49.8%)과 견줘 1년 새 22.9%포인트(P)를 낮췄다. LAR은 고정이하여신(NPL)으로 넘어가기 전 부실 위험이 있어 관리가 필요한 여신을 뜻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말 65.1%에 달할 정도로 골칫덩이였다.

올 1분기 순 NPL도 4.93%로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이 권고하는 5% 아래를 유지했다. 건전성이 개선되면서 지난 4월에는 2020년 경영권 확보 이후 처음으로 PPOP(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 부문 흑자를 맛보기도 했다.

자산 규모를 유지하면서 건전성을 개선한 점이 고무적이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약 80조 루피아(6조8400억원) 안팎의 자산을 유지 중이다. 총대출 잔액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소폭 줄었지만 우량대출인 도매(Wholesale) 부문 규모는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KB뱅크의 도매 부문 대출 잔액은 약 21조3000억 루피아(1조8211억원)로 전년 대비 약 14% 증가했다.

이 행장은 "여신 회수 전담 조직을 확대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온 힘을 다했다"며 "올해 말 LAR 비율을 25% 아래로 내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SHINE(샤인) 프로젝트 '눈앞'... IT·디지털로 '속도', 신시장 금융으로 '차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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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뱅크 인도네시아의 '신시장 금융'/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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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뱅크가 부코핀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디지털 금융'이 없었다. 부실을 털어내고 정상화한 다음에 성장하는데 걸림돌일 수 밖에 없다. 이 행장은 길게 보고 디지털금융 프로젝트 '샤인'을 시작했다. 샤인 프로젝트의 핵심인 차세대 뱅킹시스템(NGBS·Next Generation Banking System)이 2년 준비 끝에 공개를 앞뒀다.

KB뱅크는 NGBS를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새로운 금융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고객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공받고 은행은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여신 업무 면에서도 대출 심사부터 사후 관리까지 한눈에 들어와 모든 과정이 절반으로 단축될 예정이다.

역점 사업인 '신시장 금융'에도 속도가 붙었다. 인도네시아는 금산분리 규제가 없어 산업자본이 은행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신발 만드는 회사가 은행을 보유하는 등 크고 작은 은행만 1700개가 넘는다. 전통 산업엔 이미 금융지원을 하는 은행이 있다보니 KB뱅크와 같은 신규 은행이 대출을 내주긴 위해선 새로운 산업을 찾아야 한다. KB뱅크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 기조와 발을 맞춰 전기차와 애그테크에 집중하고 있다.

KB뱅크는 지난해 5월 현지 에너지그룹 INDIKA(인디카)와 전기차·전기차 인프라 등을 공급하고 전기차 구매자에게 금융지원을 하는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KB뱅크는 현지 현대차 딜러에게 금융지원을 해줘 현대차 전기차 수입을 돕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현대차 전기차 이미지가 좋아 KB뱅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 현지 대표 택시회사 '블루버드 그룹'은 현대차 전기차를 자사 고급 택시 브랜드의 차종으로 택했다.

지난달에는 현지 국영기업 라자왈리와 기술기업 마타(MATA)와 사탕수수의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애그테크(AgTech)' MOU도 체결했다. 애그테크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농업기술로 인도네시아에선 기술발전이 더딘 신시장이다.

MOU에 따라 KB뱅크는 라자왈리의 보증을 통해 5000여개 사탕수수 농장에 저리로 금융 지원한다. 마타는 인공위성을 활용해 비료 투입 시기나 기상 정보 등 스마트 데이터를 농가에 제공한다. 향후에는 사탕수수가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가 큰 만큼 탄소배출권 사업화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탄소배출권 사업은 국제금융공사(IFC)도 지원을 검토 중인 사업이다.

이 행장은 신시장 금융의 작은 부분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현지 기업문화상 작은 협상에도 CEO(최고경영자)급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금융도 이 행장이 1년 이상 공들인 사업이다.

이 행장은 "인도네시아 현지 주요 기관·기업과의 관계를 만들고 개선하기 위해 발로 뛰는 중"이라며 "디지털로 금융의 속도를 높이고 신시장 개척으로 차이를 만들어 KB뱅크만의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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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열 KB뱅크 은행장이 영업점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이 행장은 "디지털로 금융의 속도를 높이고 신시장 개척으로 차이를 만들면서 KB뱅크만의 금융 생태계를 완성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점에서 포즈를 취고 있다./사진=이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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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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