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를 기록해 전월(2.9%)에 이어 2%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1월에는 5%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은 ‘울퉁불퉁한’ 흐름을 보이면서도 꾸준히 하향하는 추세다.
김경진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지난 3월 기준 5.8%를 나타내는 등 올해 5%대 후반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모범생’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2%대 초반으로 꾸준히 하향하면서, 6%대 초중반을 기록한 OECD 평균과 차이를 키웠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 추이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활물가지수'는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쌀이나 고기는 물론, 자주 먹는 채소와 과일, 삼겹살 등 외식 물가 등도 들어간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 3.9%를 나타내며 당시 3.4%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역전했다. 이후 4.5%(지난해 10월)까지 치솟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과의 격차를 0.7%포인트로 키웠다. 올 1~4월에도 3%대 중후반을 나타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는 0.6~0.7%포인트가량 차이를 나타낸 바 있다. 지난달에는 생활물가 상승률이 3.1%로 전월(3.5%)에 비해 낮아지긴 했지만, ‘끈적끈적한’ 상태가 10개월가량 이어진 것이다.
김경진 기자 |
특히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에도 사괏값이 80.4% 오르는 등 농산물 물가는 19% 상승했다. 농산물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3.84%에 불과하지만, 기여도 측면에서는 전체 지수를 0.69%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산물은 구매 빈도가 높아 가격이 쉽게 확인되다 보니 물가 체감도가 높은 편이다.
외식물가 상승세 영향도 크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삼겹살 1인분(200g) 평균 가격은 2만8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만9000원대로 올라선 뒤, 처음으로 2만원 선을 넘긴 것이다. 김밥 한 줄(3362원→3423원)과 김치찌개백반(8115원→8192원) 등 자주 찾는 메뉴도 일제히 오름세다. 외식 물가는 집 밖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물가 바로미터'로 꼽힌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한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올해 초 6% 선을 넘나들다가 지난달에야 5.1%로 낮아졌다. 올 3월 기준으로는 OECD 평균이 4.9%를 나타냈는데, 한국은 6.7%였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은 뒷걸음질 치자,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더욱 높아진 측면도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근로자 실질임금은 1.7% 하락했다.
김영옥 기자 |
정부는 최근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점차 하락 안정화하고 있고,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도 둔화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생활물가를 다시 위협할 수 있는 요인도 적지 않다.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올여름이 예년보다 더 덥고 비도 많이 올 수 있는 만큼, 기상 여건이 농산물 등 먹거리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과거 추세 대비 10도 오르거나 내릴 경우 소비자물가는 단기적으로 0.04%포인트 상승하고, 강수량이 과거 추세 대비 100㎜ 변화하면 물가가 0.0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휴가철 휘발유 수요,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유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브렌트유가 배럴당 86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동결 기조가 이어졌던 전기와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하반기에는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강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환율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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