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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로 1시간 만에 소설 ‘뚝딱’…장면에 맞는 그림도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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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AI 플랫폼 ‘루이스’ 사용 후기

동아일보

기자가 창작 인공지능(AI) 플랫폼 루이스를 활용해 그린 소설 ‘루미의 실종’의 첫 장면. 어두운 밤 사건이 벌어지자 젊은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공책에 여러 정황을 쓰면서 추리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교보문고·키토크A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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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적한 바닷가에 있는 연구소에서 독특한 사건이 벌어진다. 최첨단 인공지능(AI) ‘루미’가 사라진 것이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혈기 넘치는 젊은 남성 탐정 김신이 연구소에 등장한다. 김신은 루미를 창조한 박지연 박사와 함께 루미를 찾기 시작한다.

처음에 두 사람은 루미가 도난당했다고 생각한다. 혹은 기술적 결함으로 루미가 사라져버렸다고 추론한다. 하지만 사건을 파헤쳐 갈수록 둘은 깨닫는다. 루미가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고 싶어 스스로 연구소를 떠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두 사람은 루미를 찾을 수 있을까.

소설 ‘루미의 실종’은 시중 서점에서 판매되는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흥미롭다. 하지만 이 소설의 얼개를 잡은 건 인간 소설가가 아니다. 창작 AI 플랫폼 ‘루이스’를 활용해 기자가 1시간 만에 만든 것이다.

루이스는 인간이 ‘GPT-4 터보’ 등 최신 AI를 사용해 이야기를 만들도록 돕는 창작 플랫폼이다. 수천 개의 태그 중 몇 가지를 인간이 선택하면 AI가 이를 조합해 그럴듯한 서사나 캐릭터를 만들어준다. 보통 사용자가 AI를 직접 사용하려면 각종 입력값을 직접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루이스는 태그를 활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교보문고가 올 4월부터 이달 23일까지 국내 AI 개발업체 키토크AI와 AI 스토리 공모전을 열면서 무료로 루이스를 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써본 루이스는 꽤 편리했다. 예를 들어 기자가 대략적인 줄거리인 ‘로그라인’을 먼저 설정했다. AI가 추천하는 수백 개의 태그 중에 고심하며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인공지능’ 등 6개의 태그를 클릭했다. 이후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을 골랐다. ‘정의감에 불타는’처럼 탐정에 어울릴법한 태그에 치명적인 남자를 뜻하는 ‘옴므파탈’을 골라 맛깔나게 했다.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플롯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골랐다. 마지막으로 세계관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한’을 넣었다.

약 1분 후 AI는 간단하게 소설을 요약해 출력했다. “어두운 밤, 고립된 연구실에서 인간의 감정을 모사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이 갑작스럽게 사라지자, 그 불가사의한 사건을 파헤치는 젊은 탐정이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에서 심오한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달빛만이 스며들어 오는 고립된 연구소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라는 문장처럼 묘사력도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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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인공지능(AI) 플랫폼 루이스를 활용해 그린 소설 ‘루미의 실종’ 장면. 교보문고·키토크A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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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소설에 맞는 캐릭터와 각 장면에 맞는 그림도 만들어냈다. 기자가 주인공의 나이를 31세, 성별을 남성, 직업으로 사설탐정을 고르자 정장을 차려입고 콧날이 날카로운 젊은 미남의 그림을 내놓았다. 소설의 표지는 물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만들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오류도 종종 발생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을 ‘남성’으로 설정한 뒤 그림을 만들어달라고 했으나 자꾸 여성의 그림을 내놨다. ‘다시 생성하기’ 버튼을 3차례 클릭한 뒤에야 제대로 된 남성 캐릭터가 나왔다. 여성 캐릭터는 캐릭터 설명에선 단발머리였으나 장면에선 긴 머리를 묶은 상태였다. 소설의 결말이 모호한 점도 한계점이었다. AI가 창작을 위한 보조도구는 될 수 있으나 깊은 이해가 필요한 문학성은 보여주지 못했다.

주술을 쓸 수 있는 소녀가 미래 세계에서 모험을 떠나거나 북한 평양을 배경으로 독재자를 암살하려는 이야기 등 다른 AI 공모전 응모작 중에도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AI가 창작자를 대체하지는 못해도 창작을 돕는 비서의 역할까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창작의 방식이 바뀌는 대변혁기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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