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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의대생 실습용 부족하다더니... 1회 60만 원짜리 카데바 강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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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지도자 대상, 1회 60만 원 강의 논란
업체 "성형외과 사용 후 남은 카데바 이용"
가톨릭대 의대 "교육 내용 등 심의 후 진행"
한국일보

한 민간 업체에서 운동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카데바 클래스를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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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상급종합병원(빅5) 의과대학 중 한 곳인 가톨릭대 의대에서 헬스 트레이너 등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해부 실습용 시신(카데바) 강의를 진행하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카데바 부족 등 부실 교육을 이유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왔다.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숭고한 뜻으로 기증한 시신을 참가비 60만 원 받는 수익형 프로그램에 사용 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글에 첨부된 홍보물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카데바 실습 시설을 갖춘 가톨릭대 성모병원에서 현직 해부학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진행하는 클래스다. 카데바 클래스는 무조건 '신선한 카데바(Fresh Cadaver)'로 진행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참가 비용은 1회에 60만 원이다. 해당 홍보물은 헬스 강사 등 운동 지도자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민간업체에서 제작했다.

해당 강의는 이미 지난해 가톨릭대 의대 응용해부연구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이달 23일에도 강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업체 측은 논란이 일자 해당 강의를 취소했다.

글을 올린 작성자는 "더욱 충격적인 점은 홍보 문구는 '신선한 카데바' 사용(이라는 거다). 업체에서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얼굴 실습하고 난 후의 카데바이고, 수익은 기부해 문제없다는데 해당 기증자분들은 기증한 시신이 60만 원 프로그램에 누워 '신선한 카데바'로 광고되는 걸 알면 어떤 심정일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신선한 카데바는 포르말린 등 약품 처리를 하지 않은 시신을 말한다.

해당 글이 퍼지면서 의학 교육을 위해 의대에 기증한 시신이 상업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기증의 의미를 너무 퇴색시켰다. 돈이면 다냐" "의학 교육을 위해 기증했는데 돈벌이용으로 쓰고 있다니, 황당하다" "이러고도 카데바가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오냐" "요즘 대학병원 적자라는데 이런 걸로 돈을 메운 거냐"며 비난 섞인 반응을 보였다.

상업적 목적의 카데바 사용에 대해 해당 업체 측은 "성형외과 선생님들이 학업에 의해 얼굴 부분을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보디 카데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도 카데바 외부 프로그램 제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톨릭 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본보에 "전국에서 저희가 카데바가 가장 많은데, 학회나 외부에서 실습 요청이 오면 교육 내용 등을 심의하고 여건 등에 맞춰 진행한다"며 "교육 대상자가 의료계 종사자는 아니지만 부상 방지, 예방 의학 차원에서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시체해부법에 따르면 관련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 또는 의대의 해부학·병리학·법의학 전공 교수 등에 한해 시체를 해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해부 자격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해당 강의 참관 자격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시체 해부의 목적을 의학 교육 및 의학·의생명과학의 연구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규정한 만큼 카데바 활용 규정을 어겼는지 여부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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