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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4 (수)

입주 한달 앞둔 아파트 깨부수는 일본 "후지산을 가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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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조망권 침해 주민 반대에도 건설 단행

결국 입주 한 달 남기고 해체 돌입

다 지은 아파트 철거 두고 논란 분분

일본에서는 건설사가 내달 입주를 앞둔 완공 직전의 맨션(한국 아파트 개념의 건축물)을 해체하겠다고 결정해 논란이다. 건설 초기 단계부터 후지산 조망을 가린다는 이유로 주민과 시의 반발이 컸는데, 결국 이를 이기지 못하고 해체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경관이 무슨 해체 이유가 되느냐부터 지역의 자랑인 경관을 침해하는 것은 문제가 맞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고 있다.

10일 아사히신문은 도쿄 구니타치시에 건립된 맨션 '그랜드 메종 구니타치 후지미 도오리(通り·거리)'가 결국 해체 수순에 돌입한다고 보도했다. 구니타치시 관계자는 "지난 4일 건설사인 세키스이하우스가 사업 폐지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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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스이하우스가 해체에 나서는 구니타치시의 10층짜리 맨션.(사진출처=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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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착공을 시작한 이 맨션은 10층짜리 아파트로 18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JR추오선 구니타치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입지해 후지미 도오리에 10년 만에 들어서는 신규 분양 맨션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건설 과정에서 계획 단계부터 주민과 갈등을 빚었다. 맨션이 위치하는 후지미 도오리는 가게와 집들이 거리 양옆으로 늘어서 가운데 후지산이 보이는 광경으로 유명하다. 처음에 건설사는 11층짜리 맨션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2021년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 만들기 심의회에서 혼자 솟은 맨션이 이를 가린다는 반대 의견이 나와 맨션을 10층짜리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심의회는 "어느 정도 건설사의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다만 주변 주거지와의 연속성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높은 맨션이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들의 조망권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과 건설사 측 대화를 위한 간담회도 두 번 개최됐다. 주민들은 건물 높이에 대해 "4층 건물로 낮췄으면 한다", "건축 면적을 지금 계획의 절반 정도로 억제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건설사 측은 "이는 사업성 압박으로 이어진다"고 맞서면서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양측간 더 이상의 이견 조율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간담회 개최는 중지됐고, 건설사는 계획에 따라 10층 맨션의 건설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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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X(옛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사진. 맨션 착공 전 구니타치역에서 보이는 후지산과 착공 이후 가려진 후지산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다.(사진출처=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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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완공을 앞두고 다시 해체 공사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주민 인터뷰를 인용 "지금까지 건설에는 반대 입장이었으나 이미 공사가 진행됐으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마음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해체된다니 이해할 수 없다. 해체할 것이면 아예 짓지 말지, 어떤 경위인지 건설사나 시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건설사나 시나 이렇다 할 설명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 이에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해체하는 비용에 계약 위약금까지 더하면 더 큰 돈이 나가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없애려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저 정도 경관을 문제로 삼으면 다른 지역엔 아예 집도 못 지을 것"부터 "구니타치역에서 보이는 후지산은 시민들의 자랑거리다. 이전 아파트 경관 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문제다. 건설사 스스로 망친 경관이니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건설사 세키스이 하우스는 사업 중단 이유에 대해 "건물 주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구니타치시의 경관 조례를 포함해 각종 법령에 대한 사항은 충족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별다른 언급 없이 "이번 일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건물 주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싶다"는 입장만 남긴 상태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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