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왼쪽 다섯째)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왼쪽부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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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집단휴진하겠다고 결정했다. 의사단체가 집단휴진을 결의한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14년 원격진료 논란, 2020년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데 이어 네 번째다. 여기에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서울대병원처럼 집단휴진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9일 투쟁선포문에서 "6월 18일 전면 휴진을 통해 전국 14만 의사 회원은 물론 의대생, 학부모 모두가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총궐기대회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투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를 향해 "지금이라도 지난 4개월간 진행했던 억압적인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요구했다.
집단행동에 의대 교수들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등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은 휴진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대학도 향후 행동 방향에 대해 자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전국 의대 40개 중 연세대 의대, 울산대 의대 등 20개 의대 소속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의협 투표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대한의학회 등도 "의협과 뜻을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의대 교수와 개원의 등이 집단행동에 얼마만큼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의대 교수들은 이번 의료 공백 사태 때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실제로 병원과 대학을 떠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의협이 휴진에 돌입해도 동네 병원이 문을 닫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2020년 집단행동 당시 개원의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앞줄 왼쪽 첫째), 김택우 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왼쪽 둘째)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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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이 이미 확정된 데다 정부가 최근 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수련병원이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도록 유화책을 펼친 상황에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의료계에 부담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달 28~29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85.6%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진료 거부, 집단사직, 휴진 등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이를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했고,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대답은 12%뿐이었다.
환자단체는 의협의 결정을 비난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한 이기적이고 몰염치한 결정"이라며 "정당성도 없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로, 즉각 철회하길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정부가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진료유지 명령·업무개시 명령을 철회하며 강압적인 조치를 해제했는데도 의협과 의대 교수들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나갈 것을 택했다"면서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 아니라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전체 휴진(총파업)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은 휴진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서울대교수회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에게 보내는 입장문을 통해 "환자들이 받을 피해를 생각해 집단휴진에 동참하지 않는 대신 교수회와 함께 의료·교육 현장에서 개혁에 매진하자"고 호소했다.
서울대교수회는 파업으로 그간 의대 교수들이 지켜온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수회는 "의대 교수들이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지키려 최선을 다했기에 많은 전공의가 떠난 지금까지 진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던 것"이라면서도 "환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집단휴진은 지금껏 지켜온 원칙과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맞춰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9월까지 내놓기로 했다. 급격한 증원으로 의대 교육 여건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에게도 복귀를 위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8월까지 대학별 교수 정원을 가배정하고 내년 대학 학사일정에 맞춰 신규 교수 채용을 완료하겠다"며 기존에 발표한 국립대 전임교원 1000명 충원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의대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9월에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민호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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