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의협 전면휴진·총궐기대회 개최
응급실·2차병원 등 환자들 진료차질 우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전국적인 휴진 및 총궐기대회 개최를 선언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걱정이 더 깊어졌다.
의정 갈등의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장기화되자, 이들은 그동안 쌓아온 불만을 토해내며 응급실이 멈춰 서지 않을지, 진료 파행이 중소형 병원으로까지 번지지 않을지 등 불안에 떨었다.
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전 한 상급종합병원에 있던 60대 보호자 A씨는 “자기 부모랑 자식이 환자였다면 의사들이 환자를 볼모로 집단행동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췌장암 발병을 알게 된 아내와 함께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였던 일화를 털어놨다.
A씨는 “아내가 숨이 헐떡이는 위급 상황이었는데도 담당 의사가 없어 안 받아주겠다길래 숨만 쉴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며 “의협은 ‘파업한다’고 할 시간에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를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조모(55) 씨는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아버지의 탈장으로 서울 대형병원에 예약을 했지만, 수술은 미뤄지기만 하다가 아예 취소됐다. 담당 교수의 사직으로 불편을 겪은 조씨는 전면 휴진 소식에 다시 한번 혀를 찼다.
조씨는 “정부와 의료계 간 싸움으로 피해가 오로지 환자와 보호자의 몫이 된 상황에서 집단 휴진까지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부모님께 안부 전화 드릴 때 '지금은 아프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을 제일 먼저 한다. 이게 정상이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상샘 질환으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예약했지만, 날짜가 미뤄진 안모(35) 씨는 2차 병원에서도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
안씨는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지 못해 수소문 끝에 2차 병원 가운데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병원에 예약해뒀다”며 “2차 병원도 파업에 돌입하게 될까 봐 스트레스로 증상이 더 악화할 지경”이라고 했다.
부산에 사는 김모(60) 씨는 “신장이 좋지 않은 아버지가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최근 병원 권유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며 “아버지 증상이 악화하면 큰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할 텐데 제때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병원을 몇 개 뽑아 정리해두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환자들은 의협 투표 결과와 별개로 휴진에 불참하는 병원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광주의 한 병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의정 갈등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고심하고는 있지만, 집단 휴진을 하고 정부 상대로 강경 투쟁을 하는 등 분위기는 서울처럼 뜨겁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전면 휴진을 대하는 감정의 높낮이는 다르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은 한결같이 원만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난소암 환자의 보호자 이모(43) 씨는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의료계와 정부) 양쪽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픈 사람으로서는 병원이 문을 닫으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어깨 관절 통증으로 동네병원, 혈압 문제로 조선대병원을 이용하는 김모(67) 씨는 “전공의 파업이다, 뭐다 해도 아직까지는 큰 불편 없이 진료받아왔다”며 “의사들 전면 휴진 수준으로 상황이 달라진다면 내 개인의 불편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a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