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 업종이 선명히 드러나지 않은 탓에 코스피는 단기 테마에 흔들렸다. 유전에 석유·가스주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판결에 SK의 주가가 상승한 게 대표적 예다. 다음 주 또한 뚜렷한 상승을 그리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시그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지수가 2630포인트와 275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지난달 중순만 하더라도 2820포인트라고 전망했는데, 이를 후퇴시킨 것이다. 근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금리 인하’라는 방향성은 확실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 확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부터 1년 가까이 5.25~5.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연준에 기다리다 지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일 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를 연 4.50%에서 4.25%로 인하하면서 ECB는 2022년 7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통화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경기 위축 우려에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낮춘 것이다.
일각에선 연준이 오는 9월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근거는 선물(先物) 투자자의 전망이다. 금리 선물로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을 예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 투자자들은 올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9월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며 “한국은행은 10월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속단하긴 이르다. 금리 인하 시점을 예측하고 관련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지난해부터 내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3월, 6월, 7월 금리 인하론이 시장에 퍼졌지만 번번이 깨졌다.
그래도 시장이 반전하려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필요하며, 일정을 통해 금리 인하 시점을 점쳐볼 수는 있다. 일단 오는 12일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헤드라인 CPI는 전년 대비 3.4%, 가격 등락이 큰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같은 기간 3.5% 상승할 것으로 봤다. 직전인 4월 CPI는 3.4% 근원 CPI는 3.5%로, 이달 근원 CPI가 전월보다 꺾일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시장 기대보다 수치가 더 높게 나오면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았다는 얘기로, 연준이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할 유인이 크다. 반대로 수치가 낮게 나오면 예상한 것보다는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는 뜻이라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5월 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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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성명서엔 연준이 현재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와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가 담겨 있다.
앞선 3월 공개된 점도표 중간값은 올해와 내년 각 3회 기준금리 인하였는데, 이번 성명서에선 인하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금리 인하 시점이 점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인하 횟수 전망치는 1~2회로 축소될 것”이라며 “관건은 내년에 3회 인하 전망이 유지되는지 여부인데, 추가적인 인하 폭 축소가 있으면 금융시장이 실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만한 업종은 반도체다. 오는 26일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서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주식 분할에 힘입어 하루 만에 7.13% 오른 바 있다. 여기에 관련주인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주가도 끌어올리면서 두 종목은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시즌을 통해 올해 하반기와 내년 관련 업종의 실적 전망치가 상승할 것”이라며 “주가 재출발 시점 측면에서 이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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