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종합부동산세의 다주택자 중과세를 없애려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종부세 기본공제의 기준을 16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법안을 내려다 멈췄다. 대체 종합부동산세가 뭐기에 이렇게도 '못 낮춰서' 안달일까. 종부세를 낮추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는 걸까. 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종부세의 비밀'을 펼쳐보자.
종부세를 줄이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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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금에는 이름이 있다. 소비할 때 붙는 세금은 소비세다. 법인은 법인세를 내야하고 주민은 주민세를 낸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재산세가 있는데도 왜 종부세를 따로 만든 걸까.
시작은 2003년이다. '주식 등 다른 자산보다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종부세(국세)를 신설했다. 지방세로 거둬들이는 재산세가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거래세에 치중하고 보유세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이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처음부터 '이중과세'란 논란에 부딪혔던 종부세는 시시때때로 풍파에 시달렸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두번이나 나왔다.[※참고: 첫번째 판결은 '세대 합산과세는 헌법 불합치'라는 결론으로 끝났다. 2024년 5월에 나온 두번째 판결의 결론은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종부세 과세 대상과 세율이 위헌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컸다. 우리나라 국민 자산 중 70% 이상이 부동산이란 점을 감안하면 당연했다. 정치인들이 틈만 나면 종부세를 줄이겠다고 선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2024년 4ㆍ10 총선 이후 대통령실은 종부세의 다주택 중과세(주택을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를 폐지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의견까지 흘러나왔다.[※참고: 해당 법안을 준비하던 박성준 의원실은 논의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이런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건 종부세 부담을 줄여달라는 목소리다. 종부세가 '주택 보유'를 나쁘게 보는 '징벌적 과세'라는 거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주택자 중과세를 없애고 야당이 말하는 것처럼 1주택자를 제외해 종부세를 줄여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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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답하려면 종부세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부터 살펴봐야 하는데, 그 중심엔 부동산교부세交付稅다. 전액全額에 가까운 종부세가 여기로 흘러들어가서다.
이처럼 종부세의 세액은 부동산교부세에 영향을 미친다. 지방으로 흘러들어간 부동산교부세는 재정여건(50%), 사회복지(35 %), 지역교육(10%), 보유세 규모(5%) 등 네가지 기준을 근거로 전국 지자체에 배분한다. 재정 여건이 약한 지자체일수록 배분 기준의 절반을 차지하는 재정여건의 지수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사회복지 부문에서는 노령 인구ㆍ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ㆍ장애인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10%의 배점이 있는 지역교육 부문에서는 지역교육 현안 수요, 영어체험교실의 운영 및 수, 보육ㆍ교육학급 수가 많을수록 부동산교부세를 많이 받을 확률이 커진다. 종합하면 종부세가 가는 곳은 재정력이 약하고 사회복지와 교육에 투입할 재정이 많이 필요한 지자체다.
부산 중구는 전체 예산 총액 대비 부동산교부세 비중이 12.10%에 달했다. 부산 영도구, 서구, 동구의 비중은 각각 7.60%, 7.30%, 7.20%였다. 충남 계룡(7.76%), 경북 울릉(7.42%)도 7% 선을 넘었다. 전남 구례(6.72%), 울산 동구(6.68%), 충북 증평(6.53%)도 부동산교부세에 기댄 비중이 평균(3.09%)보다 2배 이상이었다.
비수도권만 그런 건 아니다. 수도권에 속하는 인천 동구(8.18%)도 예산의 8% 이상을 부동산교부세에 기대고 있었다. 종부세를 줄이면 특정 지자체의 예산 중 7~12%가 감소한다는 거다.
물론 부동산 세금을 줄이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게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취득세율을 낮추면서 2012년 지방소비세율을 5%에서 11%로 인상했다. 줄어드는 세수를 다른 곳에서 채웠던 거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말하는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한다면 그만큼 줄어들 세수를 채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문제는 다주택자가 내지 않는 세금을 누가 기꺼이 내겠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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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원인 기본공제를 16억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안 역시 마찬가지다. 공시가격이 16억원이었던 주택 소유주들은 원래 기준대로라면 종부세 대상이지만 기본공제가 16억원으로 늘어나면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그만큼 세수가 비는 셈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내놨던 기본공제 16억원도 이 비어버린 구멍을 메꾸는 데는 인색했다.
해당 법안을 준비했었던 박성준 의원실 측은 "16억원으로 기본 공제 금액을 올릴 때 줄어들 세수는 계산해 보지 않았다"며 "세수가 얼마나 감소하는지 계산은 발의할 경우 의안과에서 담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줄어들 세수를 계산하지 않은 채 종부세를 줄이겠다는 정치권의 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16억원이라는 기본 공제 선을 높이게 되면 단순히 공시가격 16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사람만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주택에서 걷힐 수 있는 세금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부세는 정말 모든 이에게 '불편한 세금'일까. 논쟁이 필요할 듯하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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