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만 상금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가 아니라 100일만 버텨내면 모든 참가자에게 상금을 균등하게 나눠 지급한다. 1인당 수십억 원은 챙겨갈 수 있는 일확천금의 기회지만 동시에 최소한의 인권도, 생존도 보장받을 수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 '머니게임'이다.
웹툰 '머니게임' |
'머니게임'은 거액의 상금에 눈이 먼 참가자들이 인간성의 바닥을 드러내며 지옥 같은 상황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웹툰이다.
이 버라이어티 쇼에는 대전제가 있다.
쇼의 배경이 되는 스튜디오는 완벽하게 닫힌 공간으로 기본적인 물자나 인프라가 하나도 없다.
참가자들은 필요한 물품을 각자의 방에 설치된 인터폰을 통해 살 수 있지만 그때마다 소비자가격의 1천배에 해당하는 돈이 상금에서 차감된다.
예를 들어 1만5천원짜리 랜턴 하나를 구입하면 상금이 1천500만원 줄어드는 식이다.
누가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고 나면 상금이 뭉텅뭉텅 줄어드니 참가자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8명의 참가자는 모두 돈이 간절한 사람들이다.
주인공인 8번은 사채까지 끌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망하면서 추심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한강 다리에서 투신하려다가 이 쇼에 초대받았다.
이외에도 로맨스 스캠에 당해 큰돈을 잃은 1번, 병든 아내의 치료비가 필요한 5번, 바람을 피우다가 내연녀에게 협박받는 6번 등 저마다 말 못 할 사연들이 있다.
참가자가 한 명 죽으면 나눠 받을 상금 액수가 커진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이들은 서로를 더 경계하고 의심한다.
웹툰 '머니게임' |
'머니게임' 속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인류 정치사(史)의 축소판 같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다수결 중심의 느슨한 형태의 민주정치를 시도한다.
제비뽑기를 통해 참가자들의 방 가운데 하나를 화장실로 쓴다든가, 열흘에 한 번씩은 1만원, 스튜디오 환율로는 1천만원을 써서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게 하는 나름의 규칙도 만든다.
하지만 민주정을 주도하던 6번 남성이 40억원 상당의 술을 구매하고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숨지면서 평화는 깨진다.
곧장 깡패 출신인 4번 남자가 완력을 이용해 독재정치를 펼친다. 쓸 수 있는 돈은 1인당 하루 200만원으로 제한한다. 권력을 독점한 4번 남자, 그리고 그와 관계를 맺은 여성은 무제한으로 돈을 쓸 수 있다.
이들의 압제가 극심해지자 결국 쿠데타가 일어나고, 이상주의자 7번 여성이 이끄는 사회주의가 도래한다.
공동으로 버너와 쌀, 물을 사서 밥을 짓고 함께 나눠 먹는다. 난치병을 앓는 2번 여성의 비싼 약값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출을 허용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뢰가 흔들리면서 깨지고, 절제력 있는 5번 남성의 철인통치 시대가 찾아온다.
여러 체제는 제각기 장단점을 안고 있다.
독재 정치 아래에서는 비용 통제가 잘 이뤄졌지만, 참가자들이 누리던 최소한의 자유도 없어지고 권력의 부패가 심해졌다.
사회주의 체제는 가장 이상적으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상금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때로는 비겁하며 자기 합리화를 잘하는 주인공은 모든 체제에 조금씩 불만을 품고 있지만 정작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또 동시에 새 체제에 쉽게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언제나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기계적 중립만 지키려고 하며, 언제나 한발 물러서서 관망한다'고 평가받는 주인공이 스스로를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보통 사람으로 자처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치 정치사의 격랑 속에서도 딱히 행동하지 않으면서 생존에만 관심을 두는 소시민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 웹툰은 '파이게임', '퍼니게임'으로 이어지는 배진수 작가의 게임 3부작 중 첫 작품이다. '파이게임'과 함께 최근 방영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의 원작이기도 하다.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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