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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5중고 갇힌 자영업자 …"대출이자 두배 늘고 배달수수료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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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1분기 서울 외식업체 폐업 수가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6일 서울 황학동 주방가구거리에 구입한 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중고 주방기구들이 진열돼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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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58)는 최근 주문 수는 늘지 않았는데 매장 운영에 드는 비용만 크게 늘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전기·가스비부터 직원 인건비까지 각종 비용이 모두 올랐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로 코로나 때 가계 유지를 위해 끌어 쓴 대출 원리금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자로 나가는 돈이 최근 2년 사이에만 두 배로 늘었다"면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폐업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빚을 줄이려고 밤에는 매장을 아내에게 맡기고 배달을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에 서울시에서 외식업체 폐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았던 것은 그만큼 밑바닥 경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외식업은 서민 자영업자의 대표 격으로 통하기도 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른 기저효과는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고물가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 △저가품 위주의 출혈경쟁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증가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라는 5중고로 출구 없는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가장 소상공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이자비용이다. 주로 개인사업자인 까닭에 사업자 대출은 물론 개인 신용대출까지 끌어모으다 보니 고금리 충격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고용원(종업원)이 있는 자영업 가구에선 이자비용 지출이 전년 대비 53.4% 급증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부채가 급격히 늘어 신용 상태가 나빠지고, 이 때문에 다시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졌다. 고물가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도 밑바닥 경기를 얼어붙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고물가와 소비'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이후 최근까지 누적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2.8%인데 이를 연평균으로 따지면 3.8%에 이른다. 2010년대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인 1.4%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마라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36)는 "지난해 말부터 매출이 줄면서 결국 매장을 접기로 했다"면서 "기본 메뉴인 짜장면과 짬뽕 판매까지 줄어들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매출 측면에서 소상공인을 가장 난감하게 하는 것은 초저가 선호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0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지만, 외식물가는 3.8% 올라 식비 부담이 가중됐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초저가 선호 현상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가장 많이 창업을 택하는 커피숍의 경우 출혈경쟁이 극심해지면서 폐업이 늘고 있다.

플랫폼 수수료와 최저임금 인상도 자영업자들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으로 206만740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 대비 18.1% 늘었다. 가게 규모가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부담스러워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가게 일을 보거나 고용원 없이 '나 홀로 사장' 운영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지난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26만7000가구로, 2008년(446만7000가구) 이후 가장 많았다. 자영업자의 영세화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외식업계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라는 새로운 비용까지 지출해야 하면서 부담을 호소한다. 국내 배달 플랫폼들은 주문액마다 6~12%가량 수수료를 받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임금은 오르는데 배달 비중이 높아져 수수료 지출이 새롭게 생겨났다"면서 "비용은 늘어나는데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버티다 못해 폐업하는 사장님들은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경영 상황이 악화된 자영업자들은 개인의 신용등급 급락을 감수하고서라도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영업소득자(자영업자)가 신청한 개인회생 건수는 3940건으로, 전년 대비 73.1% 폭증했다. 특히 자영업자는 부채 수준이 높아 급여소득자(근로자)보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편이었다. 지난해 기준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의 부채 중위값은 1억2391만원으로, 급여소득자 대비 27.8%나 많았다.

특히 이들은 월수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비율이 37%에 달해 사실상 극빈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파산과 개인회생은 사상 최대치였는데,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종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졌음에도 철거를 비롯한 폐업비용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도 많다"며 "업주들의 폐업비용을 이연하고 전업을 지원하거나, 원금 분할 상환 기간을 늘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규식·김금이·안병준 기자

올해 1분기 서울 외식업체 폐업 수가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6일 서울 황학동 주방가구거리에 구입한 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중고 주방기구들이 진열돼 있다. 한주형 기자

소비가 위축되면서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가장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많은 소비자가 애용하기 때문에 커피전문점 시장은 자영업의 트렌드를 볼 때 바로미터로 활용한다. 실제로 커피전문점은 고물가 현상이 심화된 뒤로는 저가 커피 브랜드만 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메가MGC커피·빽다방·컴포즈커피로 대표되는 3대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메가MGC커피는 2020년 말 전국에 1184개였는데, 2022년 2156개로 크게 늘더니 지난달 3000호점을 돌파했다. 불과 4년 사이에 몸집을 3배가량 불릴 만큼 급성장했다. 컴포즈커피 또한 2020년 가맹점이 725개였는데 최근 2571개로 3.5배, 빽다방은 같은 기간 721개에서 1584개로 2.2배 커졌다.

이처럼 본사는 유례를 찾기 드물 만큼 빠르게 몸집을 불렸지만, 정작 점주들은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본사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10%대 중반에서 최고 40%까지 높다. 판매가는 낮은데 본사 이익은 높다 보니 점주 입장에선 남는 게 많지 않다는 얘기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확장은 일반 커피전문점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국세청이 5년(2018~2022년)간 사업 존속 연수를 조사한 결과, 커피전문점은 평균 3년1개월에 불과했다. 부산 수영구에서 1인 카페를 운영하다 1년 만에 폐점했다는 이 모씨는 "스페셜 커피를 선보이면 경쟁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저가 커피 매장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오히려 매출이 갈수록 줄었다"고 전했다.

또 값싼 가격을 내세운 마트 등의 자체 제작(PB) 간편식과 가공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소상공인이 더욱 설 곳을 잃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제조·유통망을 활용해 1만원을 넘지 않는 마트 '반값치킨'과 저렴한 델리류 제품군이 늘어나며 소비자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전통시장과 영세 외식업체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식·식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을 초저가 매장에서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국내 생활용품 1위 업체인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이 3조4605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무려 17.5% 급증한 수치였다.

의류와 잡화를 구입할 때 아웃렛에 의존하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아웃렛보다 더 싼 아웃렛'을 표방하는 '팩토리아울렛'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초저가를 노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산 이커머스의 공세도 국내 소상공인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규식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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