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긴장 속 우호적 발언·관계 개선 의지 피력
서방산 무기 본토 위협에는 “우리도 같은 권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주요 언론사 경영진과 만나 회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타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한국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다(Highly Appreciate)”며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러시아 간 군사협력 등을 계기로 한러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난달 집권 5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이 한국에 공개적으로 우호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밀착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언급도 함께 내놨다.
"한국서 '러시아혐오' 못 봐... 협력 지속 희망"
AP통신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주요 통신사 대표들과 만나 “우리는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할 때 어떠한 러시아혐오적(Russophobic) 태도도 보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 푸틴 대통령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그는 2022년 10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및 탄약 공급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우리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한러 관계 악화 방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불행히도 현재 무역과 경제에서 (한러 관계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으나, 지난 수십년간 달성한 관계의 수준을 부분적으로라도 유지해 미래에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한국도 동참하면서 한러 관계가 냉각된 상황을 가리킨 발언이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리의 협력에 특정 문제들을 만들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지만, 이는 우리가 아니라 한국 지도부의 선택”이라며 “우리 쪽에서는 채널이 열려 있고 협력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러 간 불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면서도, 조속한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낸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윗줄 맨 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라흐타센터 비즈니스타워에서 세계 주요 통신사 대표들에게 주요 현안들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북한과의 밀착 입장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든 말든, 우리 이웃인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그는 현재 북한 답방을 추진하고 있다. 또 북한 핵 개발과 관련해서도 푸틴 대통령은 “그들(북한)이 끊임없이 (미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김정은 정권을 두둔했다.
"서방 타격용 미사일 배치할 수도"... 핵 위협 발언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고 있는 서방을 향해 푸틴 대통령은 ‘맞불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도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서방에 대한 대응이 ‘비대칭적’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깊숙한 영토를 타격하면,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타격권 내에 재래식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나아가 핵 위협 발언도 또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방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절대 안 쓸 것으로 믿는데, 우리에게는 핵 정책이 있다”며 “누군가의 행동이 우리 주권과 영토를 위협한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