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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모디 '무적신화' 금 갔다...3연임은 성공, 단독과반 첫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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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73) 인도 총리가 총선 결과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가 소속된 인도인민당(BJP)은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해, ‘반쪽짜리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선거 초반 예측과 달리 부진한 여당의 모습에 인도 주가는 폭락했고, 외신들은 “모디가 선거마다 압승을 거두던 ‘무적의 아우라’를 잃었다”며 인도 정치 지형의 변화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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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티야 자나타당(BJP) 지도자 겸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운데)가 4일 인도 뉴델리에서 승리 연설을 하기 위해 당 본부에 도착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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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만 9억7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1위 인구 대국' 인도는 지난 4월19일부터 6주간 총선 투표를 진행해, 지난 1일 마지막 7단계 투표를 종료했다. 섭씨 5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 진행된 이번 선거엔 6억4200만 명이 참여해 세계 최다 기록을 세웠다. 투표율은 66.3%로 지난 2019년 총선(67.1%)보다 낮았다.

4일 인도 선거관리위원회(ECI)는 개표를 모두 완료한 결과, 인도 연방하원(로크 사바) 총 543개 의석(과반 272석) 중 모디 총리가 소속된 BJP 중심의 여당 연합인 NDA가 294석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주도하는 야권 정치연합인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232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NDA가 과반 의석을 차지함에 따라, 모디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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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에서 진행된 총선 3차 투표에 여성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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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집권 이후 최초 BJP 단독 과반 실패



하지만 BJP의 의석수는 240석으로, 2014년 모디가 집권한 이후 처음으로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BJP는 2014년 282석, 2019년 303석을 차지했었다.

반면, INC는 단독으로 99석을 확보하며 BJP의 견제 세력으로 떠올랐다. 52석을 얻는 데 그쳤던 2019년 총선에 비해 47석을 더 확보했다. AFP는 “BJP가 휩쓸었던 지난 선거와 비교하면 놀라운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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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이같은 결과는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 및 출구조사와 배치됐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NDA가 400석, BJP 단독으로 34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개표 직전 출구조사에서도 NDA가 353~401석을 확보할 것으로 나타나 여권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막상 개표가 시작되면서 NDA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인도 증시는 장중 한때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급락하는 등 요동쳤다. 이날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50 종가는 2만1884.50으로 전날보다 5.93% 하락했다. 또 다른 주가지수인 센섹스도 전날 대비 5.74% 떨어진 7만2079.05%로 장을 마감했다. 센섹스와 니프티50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각각 3.39%와 3.25% 올랐지만, 개표 결과가 나오면서 폭락했다.

인도 방송 NDTV는 이번 총선의 이변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우타르프라데시주(州)에서 BJP의 참패가 결정적이라고 전했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행정구역(인구 2억4000만명)으로, 모디는 지난 1월 이곳의 아요디아에 힌두사원 축성식을 직접 집전하는 등 이 지역 힌두교도 표심 결집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개표 결과 이 지역 총 80석 중 BJP는 33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 총선(62석) 대비 절반 가까이 쪼그라든 결과다.



연정 구성 돌입해야…"모디 집권 이전으로 회귀"



단독 과반에 실패한 BJP는 당장 연정 구성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4년 모디 집권 전까지 인도는 연립 정부로 25년(1989~2014년)간 운영돼 왔다. INC와 BJP, 소규모 제3당의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교대로 인도를 통치하는 방식이었다. 정권을 잡은 모디는 이같은 전통을 깨고 BJP 1당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NYT는 “모디는 권력 공유에 아예 관심이 없는 지도자”라고 전했다.

연정 구성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권 연합인 NDA 내부에서도 모디의 힌두 민족주의를 두고 마찰이 있는 만큼, 모디 3기의 정책이 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연합 내는 물론 야당과의 갈등 봉합이 시급하다.

모디가 이전처럼 강력한 리더십으로 개혁을 이끄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뉴델리의 정치평론가 아라시 제라스는 “모디가 연정의 압력을 받는 모습, 그 압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FT는 이번 총선 결과는 지난 10년간 인도 정치를 장악해온 모디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뉴델리 정책연구센터의 프라탑 바누 메타 선임연구원은 “그의 오만함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혐오감이 형성된 것”이라며 “인도인들이 아직 그를 완전히 거부한 건 아니지만, 처벌을 시작한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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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제1야당의 라훌 간디 수석대표가 4일 인도 뉴델리 당 본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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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물가 민생 문제 외면, 反무슬림도 패착



BJP는 이번 선거에서 이번 총선에서 대규모 표심 이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실업률 증가를 꼽았다. 고팔 크리슈나 아가르왈 BJP 대변인은 “실업 문제는 우리도 인정하는 도전 과제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에 따르면, 인도의 실업률은 지난 3월 7.4%에서 4월 8.1%로 증가세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6%보다도 높아진 수치다. 모디는 2014년 집권을 시작하면서 연간 2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여기에 심각한 빈부격차, 고물가 등이 겹치면서 모디가 민생을 외면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인도 경제의 고속 성장에도 부는 인구의 1%에게만 편중돼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또 지난해 11월 이후 식료품 가격 인상률이 8%를 웃돌았고, 특히 가난한 이들이 주로 구매하는 야채와 곡물 가격은 두자릿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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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모디의 전기 작가인 닐란잔 무코파디야이는 “국민 대다수가 고물가, 고실업, 소득 불평등으로 영국의 식민 통치 시절보다 심각한 현실을 겪고 있는데, (‘2047 선진국 비전’ 등) 모디의 연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분위기를 풍겼다”고 말했다. 칼럼니스트인 아심 알리는 “BJP는 상황을 읽지 못했고 그들의 몽유병으로 재앙을 자초했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모디가 선거 내내 힌두교도의 결집에만 공을 들인 데 대한 반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INC 지지자인 수니타 가우탐은 “모디와 BJP는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끔찍한 시련을 주고 있다”면서 “그들이 통치하는 한 여성·무슬림·달리트(인도 신분제인 카스트에도 속하지 않는 불가촉천민)는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모디를 지지한다는 라자스탄주 출신 농부 수바시 푸니아(62)는 “아요디아 사원 등 힌두교도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니 반대파를 더욱 단결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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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장식한 다리 아래에서 노동자들이 하수에서 옷을 빨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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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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