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물가 여전히 고공행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으로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2%대) 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과일 등 농산물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가 유지됐고, 석유류도 3개월 연속으로 뛰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년=100)로 전년 대비 2.7%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2.8%에서 2·3월 3%대로 올라갔지만, 지난 4월(2.9%)부터 다시 2%대로 내려앉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도 전달보다 0.1%포인트 둔화한 2.2%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체감되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특히 식품 물가 상승률은 3.9%를 기록하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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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원인은 농산물에 있다.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19% 올랐고, 기여도 측면에서도 전체 지수를 0.69%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특히 작황 부진으로 공급이 크게 줄어든 사과는 80.4%나 급등했다. 지난 3월(88.2%)과 4월(80.8%)에 이어 3개월 연속 80%대다. 이외에 배(126.3%), 귤(67.4%), 복숭아(63.5%), 감(55.9%) 토마토(37.8%) 등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배 가격 상승률은 역대 최고치다.
석유류는 전년 대비 3.1% 상승하면서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월(4.1%)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기도 하다. 다만 당국에선 국제유가는 다시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고 보고 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는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서 등락하는데 지난달에 가격 올랐다가 지금은 떨어지는 추세”라며 “(3.1% 오른) 지난달에는 국제 유가가 올랐던 것이 반영돼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엔 물가 수준이 2% 초중반 선에 머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 3월을 정점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추가 충격이 없다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2% 초중반대로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동 분쟁 장기화, 반복되는 이상 기후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한 가운데 국내외 경기 흐름,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가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도 하나의 변수다. 최근 전기·가스 요금은 동결 기조가 이어져 왔지만, 에너지 공공기관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하반기에 일정 부분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책무”라며 “정부도 천연가스(LNG)에 대한 관세를 하반기까지 면제하는 등 원가 절감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바나나·파인애플·망고·자몽·키위·아보카도 등 신선과일 10종과 냉동딸기·기타냉동과일 등 가공품 8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하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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