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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진단서 없지만…대법, 극단선택에 사망보험금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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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했더라도 사후(死後) 심리 부검 등을 통해 보험금을 받을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는 우울증 등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어야만 자살자에 대한 사망보험금이 인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는 극단적 선택을 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근로자 A씨의 남편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보험금 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사망 직전 1주일간 44시간 연장 근무를 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렸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계를 냈지만, 업무부담 탓에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스스로 회수하기도 했다. 평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결정할 수 없는 스스로의 모습에 화가 나고 죽고 싶다”고 호소했던 A씨는 2018년 2월 야근을 마치고 귀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의 남편은 아내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단 등을 토대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들은 지급을 거부했다. A씨가 생전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음에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이를 인정해 유족에게 보험금 1억5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평소 정신질환 진단이나 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사망 직전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는 의사 진단서나 소견서 등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A씨가 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됐을 여지가 없지 않고, 심리 부검(자살에 이르게 된 심리적 요인 조사)을 진행하지 않은 원심에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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